피자 시대 저무나?…치킨·버거 시대 왔다

입력 2023-05-03 15:00 수정 2023-05-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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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US 오리진
▲피자헛 US 오리진

배달 피자의 호시절이 저물고 있다. 한때 가족 외식의 대명사였던 피자는 1인 가족 증가에 냉동 피자라는 강적까지 맞딱뜨리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치킨과 햄버거는 소규모 가족과 배달 주문이라는 날개를 달고 가파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

◇2년새 피자헛 매출 -14.8%·도미노피자 -11.0%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매출 1020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서 14.8% 추락했다. 5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도미노 피자 역시 마찬가지 신세다. 도미노파자 운영사인 청오디피케이는 2020년 23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071억 원으로 11.0% 하락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165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억 원으로 무려 93.1% 쪼그라들었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엔씨의 2020년 매출은 481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22억 원으로 12.2%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3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가성비 피자 대명사 피자스쿨은 2021년 79억 원이던 매출이 이듬해 82억 원으로 2.7% 성장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36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15.5% 줄었다. 다만 파파존스는 2020년 매출 525억 원에서 지난해 665억 원으로 년 새 26.5% 늘었고, 영업이익은 45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6.2% 뛰었다.

◇코로나19에 배달 수요 늘며 치킨·버거는 덩치 불려

반면 배달 피자의 라이벌들은 코로나19 영향에 승승장구다. bhc그룹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110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치킨 사업의 별도 매출은 5075억 원으로, 치킨 업계 최초로 연매출 5000억 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2년새 매출 증가폭은 26.7%에 달한다. 교촌 치킨도 지난해 매출 4989억 원을 기록해 2년전보다 14.5% 늘었다. BBQ의 지난해 매출은 약 3800억 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버거 시장도 덩치를 불리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액 7815억 원을 거둬 2년새 14.4% 덩치를 불렸다. 영업이익은 17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롯데GRS의 매출 중 롯데리아 비중은 65% 내외다. 버거킹의 운영사 비케이알의 지난해 매출은 7574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32.6% 늘며 한국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을 거뒀다. 맘스터치는 국내 버거 업체 최초로 매장수 1400호점을 돌파했다.

글로벌 체인의 국내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016년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쉐이크쉑은 최근 200호점을 넘겼다. 작년 1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한국 사업에 나선 슈퍼두퍼의 2호점 홍대점은 오픈 5일 만에 1만 명이 방문하며 흥행했다. 내달에는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도 국내 출격을 앞두고 있다. 한화는 파이브가이즈 운영 자회사 ㈜에프지코리아(FG Korea Inc.)를 설립했다.

배달 피자와 치킨의 대조적인 분위기는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가맹현황 발표’에 따르면 외식업종 중 피자 가맹점의 연매출은 2021년 2억5500만 원으로 2019년(2억7300만 원)보다 6.6% 하락했다. 반면 치킨의 경우 2019년 2억6300만 원에서 2년 후에는 2억7900만 원으로 6.1% 뛰었다.

◇4만 원 주고 ‘라지’ 한판 시키자니…누가 먹나?

치킨과 버거의 약진과 피자의 부진의 원인으로는 높은 가격이 우선 꼽힌다. 피자는 가격이 비싼데 다 최근 인상 속도도 가파르다. 도미노 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차례 가격을 올렸고, 피자헛과 파파존스 피자도 한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미스터피자도 가격을 4~5%씩 올렸다. 치킨은 지난해 초 한차례 올린게 전부다. 버거는 잦은 인상에도 단품 절대 가격이 5000원 내외 수준으로 부담이 적다. 반면 피자는 라지사이즈 한판에 3만 원이 넘고 사이드메뉴에 배달비용까지 더하면 4만 원이 훌쩍 넘는다.

가족 구성의 변화도 외식 산업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1인가구는 54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9%를 차지했지만, 2019년 615만 가구로 30.2%로 치솟았고, 2021년에는 717만 가구로 전체의 33.4%로 비중이 높아졌다. 소가족은 피자 한판을 구매했을 경우 혼자서 한번에 먹기가 어렵다. 반면 버거는 인원 수대로 주문이 가능하고, 치킨 1마리면 2인 가족이면 충분하다.

피자는 냉동피자라는 경쟁자도 생겼다. 냉동 피자 업계 1위인 오뚜기는 2016년 냉동피자 시장에 뛰어든 후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1억 개를 돌파하며 기세를 불리고 있다. 누적 매출은 2700억 원은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715억 원, 2020년 966억 원, 2021년 1248억 원 등으로 상승세다.

실제 최근 5년새 버거와 치킨 시장 성장세는 피자를 능가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2조9000억 원이던 우리나라 버거 시장은 지난해 3조9800억 원으로 5년새 성장률은 37.2%에 달하며, 치킨은 6조4600억 원에서 9조1800억 원으로 41.6% 덩치를 불렸다. 이에 반해 피자는 1조7400억 원에서 2조1700억 원으로 성장률은 24.7%로 치킨과 버거에 미치지 못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피자 한판을 시키면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시켜뒀다가 나중에 다시 데워 먹는데 그렇다면 냉동피자와 무슨 차이가 있나 싶다”며 “1인 가족이 늘면서 피자가 치킨과 버거 성장세를 따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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