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민심만 바라보겠다”던 유승민, 언론 인터뷰 재개
홍준표 “제3지대 당 탄생하나” 연일 SNS 통한 비판
내년 총선 의식 행보...총선 가까워질수록 존재감↑
안철수·유승민·홍준표 등 여권 잠룡들이 3·8 전당대회가 끝난 뒤 한 달 반 만에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들의 실언 등 악재들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이들의 쓴소리가 커진 것이다.
전당대회 이후 지역구 관리에 매진했던 안철수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계기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당심 100%로 전당대회가 치러진 것에서 민심 이반이 시작됐다”며 “최고위원들에 대한 윤리위 징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창당론’에 대해서도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그간 선거제 개편이나 외교 현안 등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간간이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 지지율 하락, 최고위원 실언 등 당내 현안을 집중 조명한 것이다. 안 의원은 당 상황을 ‘반지성주의가 만들어낸 지지율 하락’으로 규정하며 “우리 당을 위해 언론 인터뷰나 의원총회에서 제가 믿는 바를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1일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돌아왔다. 당시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던 유 전 의원은 연일 SNS를 통해 양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해 사과하자 “이재명 대표는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수많은 부패혐의와 측근 다섯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 제1당의 대표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을 수 있냐”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나갔다. 유 전 의원은 18일 “믿고 싶지 않은 여조(여론조사)도 있겠지만, 한국갤럽 정도면 공정하고 과학적이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대통령실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 발언이 나오자 이를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다. 유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당분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치 현안에 관한 생각을 전달할 방침이다.
가장 활발한 비판을 보내는 인사는 단연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자진 탈당하고 검찰수사 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되던 말던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 이걸 보고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떤 판단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홍 시장은 당 최고위원들의 실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문제 등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이와 관련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김 대표를 공개 저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하는 일도 벌어졌다.
잠룡들의 귀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이들이 직접 총선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시점에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공천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가을쯤 총선 윤곽이 드러나면 공천 파동이 일어날 것이고, 그때 (이들의) 존재감이 커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시점에선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1년 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당분간은 대외활동 등에 주력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안 의원은 내달 7일과 21일 성남과 부산에서 ‘공부의신’ 강성태 대표와 함께 ‘챗GPT 시대 우리 아이 잘 가르치는 법’을 주제로 교육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같은 달 24일에는 서울대학교에서 김병지 전 축구선수와 건강 토크콘서트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