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첫 회의부터 공익위원에 선전포고했다. 일반적으로 첫 회의는 위원들 간 ‘상견례’ 성격이 강하나, 올해에는 첫 회의 전부터 장외전이 펼쳐졌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8일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 “작년 6월 29일 공익위원들이 표결에 부친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실질임금 삭감안이었다”며 “그 근거가 되는 물가 통계(상승률 전망)를 4.5%로 잡아 잘못된 예측을 했고, 기준에 맞지 않는 오래된 통계를 빌려 왔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높은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류 총장은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침체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노·사·공 위원 모두 이를 공감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또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권 위원은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좌장으로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을 주도했다. 최임위에선 공익위원 간사다. 양대 노총은 “권 간사는 최임위 공익위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준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권 위원을 ‘사용자 편향적 어용교수’라고 몰아붙였다.
노동계가 공익위원에 날을 세우는 건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심의가 개시되면 근로자·사용자위원이 각자의 요구안을 제출하고, 이후 공익위원 중재를 거쳐 수정안을 낸다.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통상 복수 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이 절충안을 내 표결한다. 올해도 노·사 간 입장차가 커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는 일찍부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늘어나는 비용과 떨어지는 매출로 인해 ‘나 홀로’ 운영을 택할 만큼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아직 명시적인 요구안을 내놓진 않았으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차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고,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로 2021년(4.3%)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점업(31.2%)에서 미만율이 30%를 넘었다.
최저임금 차등은 인상률과 함께 최대 쟁점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공익위원 권고에 따라 업종별 구분 적용 및 생계비 관련 기초통계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지난달 31일 그 결과를 최임위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