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이하 소아과) 개원의 단체의 ‘폐과 선언’에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소아과 전문의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협의에는 난색을 표한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아과 경영난의 주된 배경 중 하나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내 병·위원급 신생아실과 소아중환자 입원진료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0세 입원진료에 대한 수가 가산을 30%에서 50%로 확대한다. 이 밖에 야간·휴일 소아 진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보상 수준을 인상하고,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적 보상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협의 대상은 학회(소아청소년과학회)와 상급협회(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전공의단체 등이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소아과 폐과를 선언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 요청에도 소아과의사회가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소아과의사회는 정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연 간담회에도 ‘요식행위’라며 불참했다.
정부는 소아과의사회에 논의체 참여를 요청하면서도 다른 학회·협회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소아과의사회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대로 대책을 만들겠단 의지다. 소아과 폐과를 막기 위한 소아과의사회 요구 수용이나 별도의 논의창구 개설은 없다. 복지부도 소아과의사회가 지적하는 문제들에 대해선 일부 공감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마련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이 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메신저’에 불만이 나온다. 임현택 소아과의사회 회장이 소아과 폐과를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다.
폐과 선언을 계기로 임 회장이 의협 회장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임 회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에 출마했으나 박명하 당시 서울시의사회장에 밀려 낙선했다. 하지만, 지난달 소아과 폐과 기자회견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기존에 의협 내에선 이필수 회장에 대한 불만이 컸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소통을 위해 ‘온건파’인 이 회장을 선출했지만, 그 결과물이 간호법 등 본회의 직회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폐과를 앞세운 임 회장의 강경 투쟁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에선 ‘5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아과의사회에 대한 정부의 거리두기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소아과 대책과 별개로 임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 임 회장을 돕는 꼴이 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