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활성화 대책서도 논의…"부정 여론 고려해 보류"
#서울 시내 한 유명 냉면 전문점은 최근 평양냉면 가격을 1만6000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냉면 전문점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서울 중심가 다른 냉면집들은 가격을 올리진 않았지만 1만5000원 수준이다. 만두 등 메뉴를 추가하거나 배달을 시키면 2만 원을 쉽게 넘는다. 서울지역 평균 냉면값은 2020년 8990원에서 올해 2월 1만692원으로 올랐다.
#한 유명 치킨 체인점은 3일부터 소비자 가격을 3000원 올렸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의 경우 1만9000원으로 인상됐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들도 이미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5% 가량 올렸다.
최근 외식·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인상하면서 2016년부터 시행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적용 기준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정을 토대로 식사비 등을 책정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7.5%가 상승했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가파르게 올라 9월에는 9.0%까지 치솟아 1992년 7월 9.0% 이후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기도 해다. 외식·가공식품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현재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식사비는 3만 원이다. 2003년 만든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규정한 한도를 준용해서 만들어졌다. 20년 전 자장면 가격이 2500원 선에서 5000원이 넘어섰지만 식사비 규정은 그대로인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서울지역 외식비를 보면 자장면 가격은 5769원에 달했다.
이에 청탁금지법을 손봐야 한다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제공받을 수 있는 식사비 한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자장면 한그릇이 7000~8000원을 넘어섰고, 치킨도 2만 원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청결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한 법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서민경제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고민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내수 활성활를 위해 자영업자와 농축수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의원은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고, 같은 당 최춘식 의원도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국내 경기와 내수가 어려워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 등으로 사문화된 김영란법의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농축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도 식사비 한도 상향 등 내용을 담으려 고심했지만 비판적 여론과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올해 2월 브리핑에서 "김영란법에서 규정된 음식값 한도를 현재 3만 원에서 5만 원 등으로 올릴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다"며 "이 문제만 보는 게 아니라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