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병기’ 수중핵무기까지 공개한 북한…전력화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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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이른바 ‘비밀병기’를 공개했습니다.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전했는데요. 먼저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진행한 핵무인수중공격정 시험에서는 동해에 설정된 타원과 ‘8’자형 침로를 80~150m 심도에서 59시간 12분 동안 잠항했다고 밝혔습니다. 핵무인수중공격정은 말 그대로 핵폭탄을 장착한 무인 잠수정을 말합니다.

이틀 뒤인 어제(23일) 오후엔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의 목표 지점에 도달했고, 시험용 전투부가 수중 폭발했다고 전했죠. 또 시험 결과, 핵무인수중공격정의 모든 전술 제원과 항행기술 지표들이 정확하게 평가됐고 안전성이 검증됐으며 치명적인 타격 능력을 완벽하게 확증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을 개발해 시험한 사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을 ‘비밀병기’라고 칭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무기체계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무기 개발 및 보유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건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무인 잠수정 HSU-001을 실은 중국 군용 트럭이 운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건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무인 잠수정 HSU-001을 실은 중국 군용 트럭이 운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 11년간 수중 핵무기 개발…미국·중국은 무인 잠수정 개발로 경쟁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2012년부터 11년간 수중핵전략공격무기체계 개발을 진행해왔습니다.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명명된 뒤 2년간 50여 차례의 시험을 거쳤다고 하죠.

사실 무인수중공격정은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에 나설 정도로 중요한 무기 입니다. 승조원 없이 원격 조종이 가능해, 정찰·자료 수집·정보·보급·전자전 등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고 무장하면서 해전의 양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비대칭 전력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나간 건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했는데요. 최근에는 초대형 무인 잠수정(XLUUV·Extra Large Unmanned Undersea Vehicle)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무인 잠수정의 크기는 군사적 임무 수행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초대형 무인 잠수정의 경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듈과 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인명피해 위험도 없죠.

미국은 초대형 잠수정으로 ‘오르카’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길이 26m, 중량 80톤, 최대 속도 8노트, 작전 영역 1만500㎞에 달하는 오르카는 수중정찰, 기뢰 제거, 대잠전, 대수상전, 전자전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시험 테스트도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중국의 무인 잠수정 개발 현황은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보단 더디지만, 역시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 어민들이 중국의 무인 잠수정을 발견하는 사례도 있었고, 인도·태평양에서 해군력이 눈에 띄게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대형 무인 잠수정 ‘HSU-001’은 오르카보다 작고 무기 탑재량도 적지만, 오르카처럼 장거리를 자율 항해해 환경 자료를 수집하고 적함을 정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무인수중공격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AP뉴시스)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AP뉴시스)
경제난에도 무기 개발 이어가는 북한…무기체계 양적으론 우위

최근 북한은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식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로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52차 유엔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대화에서 “식량과 약품, 보건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최우선 우려로 남아있다”면서 “지난 1월 한파로 주민들이 동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과 같은 해 7월 4일과 28일 각각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 18일 ‘화성-15형’을, 이달 16일에는 ‘화성-17형’을 발사했습니다.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여러 발을 발사하는 등 새로운 무기체계도 선보이고 있죠.

주요 무기체계는 어떨까요. 국방부가 지난달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는 4300대로 국군(2200대)의 2배에 육박했습니다. 야포도 8800문으로 국군(5600문)보다 많았고, 지대지유도무기(유도탄) 발사기도 북한군이 100기, 우리 군이 60기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연장로켓포(북한명 방사포)는 북한군이 5500문에 이르는 반면, 우리 군은 310문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북한군은 최근 사거리를 늘리고 정밀 유도 기능을 탑재한 300㎜ 방사포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해당하는 600㎜급 초대형 방사포(KN-25)를 개발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방사포 위주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요 육상 무기 중에선 국군의 장갑차 보유 대수(3100대)만 북한군(2600대)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북한군은 기동성 등이 향상된 신형 전차와 다양한 대전차미사일·기동포를 탑재한 장갑차를 개발하면서 일부 노후 전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해군 전력의 경우 전투함정(국군 90척·북한군 420척)과 상륙함정(국군 10척·북한군 250척), 소해정(국군 10척·북한군 20척), 지원함정(국군 20척·북한군 40척), 잠수함정(국군 10척·북한군 70척) 모두 북한군의 보유 함선 수가 국군보다 많은 상황입니다.

또 북한은 신형 대함미사일을 장착해 원거리 공격 능력을 향상한 함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로미오’급 잠수함 개조 등을 추진하고 있죠.

공군 전력은 전투임무기(국군 410대·북한군 810대)와 공중기동기(국군 50대·북한군 350대)는 북한군이 양으로 앞섰으나, 감시통제기(국군 70대·북한군 30대)와 훈련기(국군 190대·북한군 80대)는 국군이 더 많았습니다. 육해공군이 보유한 헬기 대수도 국군이 700대로 북한군(290대)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2022년 8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이 해군의 수중무인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관람객이 해군의 수중무인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정찰용 무인 잠수정, 2030년대 전력화 가능할 듯”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유한 전력 일부가 노후화됐다는 이유로 실전 활용도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 전투 임무기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데요. 북한이 지난해 10월 항공기 150여 대를 동원했다고 주장하며 공중 시위를 펼쳤을 당시 제대로 이륙하지 못한 항공기도 발견됐습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1년 6월 북한 공군이 국제사회 제재와 경제 상황 악화로 30여 년간 새로운 전투기를 획득하지 못했다며 “북한 공군은 서류상 572기의 최전선 군용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그(MiG)-17s·미그-19s·미그-21s 등 노후화된 소련제와 소련 디자인의 중국산 복제기 등 대부분은 1960년대에 만들어졌고, 1950년대 제조된 것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방부는 2021년 발간된 ‘2020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장기화되며 (북한의) 에너지·원자재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군수산업 육성 및 전쟁지속능력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국군이 질적 전력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북한의 미사일 전력, 우리 육군 병력의 절반을 넘는 20만 명 규모의 북한 특수작전군, 북한의 전술핵 등을 고려할 때 국군의 질적 우위를 자신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대잠 정찰용 무인 잠수정(UUV) 의 성능 점검을 시연하는 등 무인 잠수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해 6월 경남 통영 근해에서 UUV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죠.

UUV는 2017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해양기술연구원이 주관해 개발 중인 무기체계입니다. 길이 6.5m에 무게 9톤 규모이며, 대용량 연료전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3~10노트 속도로 항해할 수 있습니다. 최고 300m 이상 수심에서 최장 30일 이상 운용할 수 있죠.

군 당국은 정찰용 무인 잠수정을 2030년대 실전 배치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무인 잠수정용 잠수함 탐지 소나에 적용하는 수중 음향센서 기술 개발에 성공해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ADD가 발표한 능동 음향센서는 수중 표적을 탐지하기 위해 음파를 송신하는 센서인데요. 무인 잠수정에 최적화한 잠수함 탐지를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에 걸쳐 방위사업청의 ‘핵심기술사업’ 과제로 개발된 바 있습니다.

군은 정찰용에 이어 전투용 무인 잠수정 전력화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위원회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정찰용 무인 잠수정 개발 이후 전투용 무인 잠수정을 순차적으로 전력화해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과 동·서해 수중에서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기뢰 탐색·제거 등이 가능한 무인 잠수정 전력은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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