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오디션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황영웅은 용서를 구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으나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을 두둔했던 과거 이력으로 경찰청 넘버 2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학폭 이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단호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상담·교육으로 폭력 감소 확인 안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 폭력에 대해 다시 엄벌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를 강조하며 학폭 사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하자 엄벌주의 강화로 정책을 유턴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치를 약화시키고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교육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수시모집 이외 정시모집에서도 학폭 적용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입시에서 학폭 가해자의 어려움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2011년 대구에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으로 자살하며 여론이 들끓자 학생부에 학폭 가해를 기재하는 방안이 만들어진 후 정확히 12년 만에 엄벌주의가 부활되었다.
물론, 학폭에 대한 엄벌주의는 국가가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이도 많다. 학폭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 화해와 치유를 위한 상담·교육 프로그램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낙인 그리고 그들의 진로와 직업의 자유를 대중과 정부가 억압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엄벌주의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폭 가해자를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을 강화했을 때 유의미하게 가해자의 폭력적 행위가 감소했다는 과학적인 결과를 담은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당근도 필요하지만 채찍도 필요하단 뜻이다.
가해의 이익이 손실보다 큰 현실이 이유
2013년 대한범죄학회의 ‘한국범죄학’ 학술지에 게재된 ‘학교 폭력 피해 경험에 따른 발달적 변화’ 논문을 살펴보면 학교 폭력에 노출당한 피해자 집단을 종단 분석한 결과, 분노와 공격성의 부정적 감정은 높았으며 연령에 따라 부정적 감정의 수준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상처는 이토록 뿌리 깊다.
피해자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가해자와 상담한다고 해서 학폭 가해자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 것으로 생각한다면 요즘 청소년을 너무 순진하게 바라보는 격이다. 학폭뿐 아니라 일탈을 일삼는 일부 폭력적 성향의 10대는 경찰서에서 자신은 촉법소년이라서 국가가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며 경찰을 조롱한다.
상담과 교육을 포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상담을 통해 가해자가 지난날 과오를 뉘우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반성하지 않는 이에게 이들이 청소년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고 무조건 감싸는 것 또한 능사는 아니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시켜야 한다.
학폭은 일방적이고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특성을 지닌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이득과 손실을 따져서 특정 행위를 지속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내가 남을 가해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내가 받을 손실보다 크다면 폭력 행위는 계속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상담과 교육도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가해 행위를 함으로써 받게 될 심리적 손실을 높일 수 있는 엄벌주의 역시 필요하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신경 쓰기보다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대중의 생각이자 눈높이다. 학폭에 대해서는 관대함에 앞서 단호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