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FT는 대러 제재에 위축...중국 CIPS가 탄력받아
러시아가 금융시장에서도 탈(脫) 서방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전쟁을 기점으로 외교·정치뿐만 아니라 금융 측면에서도 '편 가르기'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지난해 1월 러시아의 달러와 유로 수출 결제 비율이 각각 52%와 35%로 합쳐서 약 90%에 달했으나 지난해 9월에는 각각 34%, 19%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을 제외하면서 이들의 유로나 달러로의 결제가 차단된 영향이다.
이에 러시아는 원유 등 일부 원자재 수출입을 위해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러시아 중소형 은행이나 해외은행 등을 활용해 달러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산하 은행인 가스프롬뱅크다. 이 은행은 SWIFT 제재 면제 대상으로 천연가스 거래를 달러나 유료로 결제받고 있다. 다만 유로나 달러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유로와 달러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이었다. 가스프롬은 중국용 가스 수출 결제는 기존 달러에서 위안화나 루블로 전환했다. 유럽 일부 수입업체도 유로에서 루블로 결제수단을 전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금수 조치를 내리면서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는 것도 위안화 존재감 확대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거래가 아직 달러 중심이긴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러한 흐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SWIFT를 대항하는 송금망 활용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중국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CIPS)의 지난달 거래 건수는 하루 평균 2만1000건으로 전쟁 직전보다 1.5배 급증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닛케이에 "CIPS는 기본적으로 중국 위안화로만 결제할 수 있어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미국과 유럽 등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나라에서는 이용이 확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수출을 통한 달러 외환보유고 확보가 여의치 않아지고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러시아 국채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러시아 전체 국채에 대한 해외 투자자 비율은 침공 전 약 10%에서 현재 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시하마 도오루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 경제의 일체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금융 부문에서 권위주의 국가들의 자체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금융블록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으며, 서방 제재 효과로 세계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