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은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경제성을 따져가며 특수부대를 운영합니까?”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한 말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보건안보’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왔다. 하지만, 일상회복에 접어든 현재 그 중요성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국가 보건 안보의 핵심 축 역할을 해야할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 축소와 예산 삭감 때문이다. 당초 총 1050병상으로 신축·이전 예정이었으나, 기획재정부는 760병상으로 축소하고 예산도 줄였다. 근거는 ‘낮은 병상 이용률’과 경제성 논리였다. 국립중앙의료원 구성원들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결과가 경제성 논리의 ‘병상 축소’냐며 허탈해 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 유행 시기마다 국가는 의료 비상사태를 발령한다.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며 국가병원 체계 개편, 감염병 컨트롤타워 구축 등을 약속했으나 실천은 없었다. 감염병 유행 이후 다음 감염병에 대비하자며 백서를 만들었지만, 무의미했다. 3년에 걸친 코로나 사태를 겪고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제약 주권 없이는 제약 강국도 없다. 제약강국 도약을 위해 정부가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달라”라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 주력산업으로 키우고, 바이오헬스 중심국가 도약을 정착 과제로 제시했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변화는 많지 않다. 특히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공약으로 내세운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조속한 설립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는 대한민국 ‘보건안보’를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정책이다. 다른 유형의 감염병은 언제든 우리에게 다시 올 수 있다. 코로나가 끝이 아니다.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언급만 하지 말고 실천하는 정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