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일본은행 관계자들과 관계 유지
통화정상화 속도 관측에는 선그어...정책적 과제 산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일본 정부는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후임으로 우에다 전 위원을 지명하는 내용을 담은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신임 부총재에는 히미노 료조 전 금융청 장관,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이사를 지명했다. 이들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동의를 거쳐 최종 임명되며 임기는 5년이다.
이번 인사는 그야말로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우에다 전 의원이 최종 임명될 경우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 이후 첫 경제학자 출신 총재가 탄생한다. 우에다 전 위원은 모교인 도쿄대 경제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거시경제와 금융정책을 연구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유학 시절에는 세계 중앙은행의 이론적 지주인 스탠리 피셔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밑에서 수학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맡아 제로금리 정책 도입에 참여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그의 지명 가능성이 거론되자 트위터에 우에다를 “일본의 벤 버냉키”라고 표현했다. 미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 역시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이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권이 없어 ‘아웃사이더’로 통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아웃사이더였지만 지난 20년간 일본은행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은 이번 지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우에다를 두고 매파나 비둘기파로 딱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평가돼온 아마미야 부총재 대신 우에다 전 위원이 총재 후보로 급부상하자 한때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31엔대에서 129엔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오른 것이다.
우에다는 일단 급격한 변화에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의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고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판단을 논리적으로 하고, 설명은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에다가 전임자인 구로다의 금융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시장 상황을 보면서 변화를 모색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해결 그리고 대규모 금융완화의 출구 전략을 우선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변동폭 상한선인 ‘±0.5%’ 밑으로 유지하기 위해 약 23조7000억 엔(227조8300억 원)을 들여 국채를 매입했다. 월간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우에다가 전임자인 구로다 총재의 대규모 완화정책으로부터 안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압력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우에다는 전임자 구로다와 달리 취임 첫날부터 일본은행의 장·단기 금리조작(YCC·채권수익률곡선 통제)에 반대하는 시장의 전망을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31.95엔을 기록하며 엔화 강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