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병역비리’ 브로커 첫 재판…의사·골프선수 등 22명 기소

입력 2023-01-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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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뇌전증 환자로 위장시켜 병역 면탈을 도운 브로커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2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병역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 모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구 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병역의무자의 뇌전증 증상을 허위로 꾸며내 받은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고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뇌전증 증상의 경우 뇌 MRI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뇌전증과 관련해 1년 이상 치료를 받게 되면 신체등급 4급 이상, 2년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엔 신체등급 5급을 받을 수 있다.

구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구 씨 측 변호인은 “(구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수사단계부터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뇌전증의 병역 판정 기준을 새로 정립해 제도적으로 병역 면탈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당수 피고인이 지속해서 뇌전증을 겪은 것처럼 거짓말하며 피고인에게 병역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군 수사관 출신인 구 씨는 행정사 자격증을 딴 뒤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온라인 상담을 하며 의뢰인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 프로필에 스스로를 ‘병역의 신’이라고 소개하고,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의뢰인의 신체검사 결과서를 찍어 올리며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수사대상은 프로배구선수, 래퍼 라비 등 스포츠·연예계 인물, 대형로펌 소속 법조인의 아들 등을 포함해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와 동업하며 병역면탈을 도운 김 모 씨도 26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병역상담카페를 통해 질의해 온 이들에게 댓글을 달거나 쪽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현직 의사 A 씨(30), 또 프로게이머 출신 코치 B 씨(26), 골프선수 C 씨(25) 등 15명은 김 씨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맞춰 거짓 증상을 주장해 의료기관으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서, 약물 처방 및 진료기록 등을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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