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부양책·세금 우대가 불평등 심화 부추겨
“부유세 부과로 연간 1.7조 달러 세수 확보할 수 있어”
1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날 발표한 ‘슈퍼리치 생존’ 보고서에서 극단적 부와 빈곤이 25년 만에 동시에 증가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옥스팜이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부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도 전 세계에서 42조 달러(약 5경 1777조 원)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지만, 이 중 26조 달러(63%)가 세계 최상위 1%에 돌아갔다. 나머지 99%의 몫은 16조 달러에 그쳤다. 이 기간 하위 90%가 1달러의 부를 새로 창출할 때 슈퍼리치는 170만 달러의 부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여파에 1500만 명 가까이 사망하고,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상위 1% 슈퍼리치는 새로 창출된 부의 3분의 2를 가져갔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옥스팜은 “팬데믹 기간 선진국들이 자국 경제에 쏟아부은 공적 자금의 홍수와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세금 정책, 더 높은 기업 이익과 물가 상승이 세계 최고 갑부들의 재산 급증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불평등이 커지는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슈퍼리치에 최대 5%의 세금 부과로 연간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상위 1% 부자에 대한 세금 인상과 같은 정책을 채택해 지금부터 2030년 사이에 세계가 억만장자의 수와 그들이 가진 부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 “(부유세는) 억만장자의 부와 그들의 수를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스팜은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부자들의 소득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소득에 대한 평균 세율이 18%로 근로소득 세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유층에 효과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을 4배 인상해야 한다”며 “각국이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높았으나 40년간 세계 각국이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하고 대신 상품·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불평등이 크게 악화했다.
옥스팜은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세계적인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부의 재분배보다 더 나은 불평등 해소 방법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