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평등이 클수록 주가는 오른다?

입력 2022-12-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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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보상 큰 고소득자, 투자 위험도 그만큼 덜어
적극적 투자에 주가ㆍ기업 수익도 느는 순환 구조
인플레 압박, 빡빡한 노동시장 등이 추가 변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29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29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연합뉴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미국증시에서 한 차례 엄청난 급등 장세가 연출된 적 있다. 2021년 초 전통적 투자자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했던 이른바 ‘게임스톱’ 사태였다. 비디오게임 전문점이던 이 종목은 주가 대비 수익률이나 잠재성 등을 뒤로한 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매도 세력에 맞서기 위한 개미들의 관심 종목으로 부상했고, 몇 주 만에 1000% 이상 올랐다.

게임스톱처럼 개미들에 의해 추앙되던 소위 ‘밈(Meme) 주식’ 열풍은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현상이 단지 우연의 결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데 주목했다. 게임스톱 사태는 증시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수요라는 것을 다시 일깨웠으며 주식 수요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큰 원동력 중 하나가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과거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의 경영 파트너였던 자크 세자르는 “부유층은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저축한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추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일례로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버는 한 가구는 소득이 5만 달러인 가구 20곳보다 20배 더 투자한다”며 “양측의 연간 총수입은 같지만, 불평등 격차가 벌어지면 (부유층의) 주식 수요가 더 늘고 주가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많은 이윤을 낸 기업들이 과거보다 최고위급 임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짚었다. 늘어난 보상은 이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현금이 들어온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윗선에 보상하는 것이다. 세자르는 “궁극적으로 소득은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자 결과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소득 상위 1%의 소득분배율 현황. 단위 %. 지난해 15.45%.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소득 상위 1%의 소득분배율 현황. 단위 %. 지난해 15.45%.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여기에 과거보다 낮아진 투자 수수료와 펀드의 인기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점도 투자 수요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현 상황에는 변수가 많은 만큼 사회적 불평등이 앞으로도 랠리를 유도할지는 미지수다. 경제안보와 공급망 우려, 에너지·제조업 강국으로서 미국의 입지 변화 등 일련의 상황이 그렇다. 이러한 변수는 주가 상승에 방해되는 요소에 가깝다. 빡빡한 수요 탓에 지난 수십 년간 승자였던 대졸자보다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급여가 흘러가는 노동시장과 상·하원을 양당이 나누어 가진 미국 정세도 주요한 변수 중 하나다.

WSJ는 “선거마다 의석수가 팽팽하고 극심한 당파성을 띠는 현 정치체제에선 루스벨트 정권 때와 같은 소득재분배와 노동자 지위 향상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 상승, 주식 밸류에이션 저하, 더 뜨거운 노동시장은 사회적 불평등을 조금씩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게임스톱 때와 같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져 새로운 매수자를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주식의 잠재적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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