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주거 환경 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고충과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 신년 특별기획 '이(웃)주(민) 노동자' 기사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자 관계기관이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이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숙사를 확충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서 고용허가사업장 200여 개소를 대상으로 벌인 '주거실태 특별점검'을 바탕으로 거짓으로 고용을 허가받은 사례를 집계해 고용허가 취소 등 조치할 예정이다. 지역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밀린 월급을 받고 사업장도 달라졌다.
앞서 본지 특별취재팀은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에 있는 가산1리 복지회관 반경 2km 내 농장 13곳에서 이주노동자 총 36명이 불법고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불법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비거주용 시설인 컨테이너 형태 임시 건물을 숙소로 활용했다. (이주노동자 불법기숙사 제공 여전…포천 일대 농장 13곳 확인)
임금체불 문제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이주노동자의 체불 금액은 매년 1000억 원이 넘었다. 실제 근무시간을 증명하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일부 이주노동자는 수기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했지만 사용자가 인정해주지 않아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변호사 도움을 받아 법적 절차를 밟는 일도 있지만 상당수는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실태 파악과 함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용노동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기숙사 등 주거환경 관련 사항에 다수 위반 업종, 지역, 사례 등 특화된 현장 지도·감독을 실시해 주거환경 취약 사업장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사업장 지도점검 시 근로감독관과 사업장 합동점검으로 미지급 임금에 대한 사전 시정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도 이후 지역 현장에서는 임금체불을 겪는 이주노동자 문제도 일부 해소됐다. 전북 군산시 개야도 한 어촌 마을에서 일하는 로베르토(30)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르포] 섬 이주노동자 15시간 꼬박 일해...밖에 못 나가도 "계속하고 싶다”) 그는 두 달 치 월급을 밀려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이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며 "안산 지역으로 사업장 변경도 도왔다"고 말했다.
도서 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 각 부처도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 지역은 육지와 떨어져 해상조업이 이루어지는 만큼 행정력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법무부 등과 협조 체계를 강화해 사전 정보 공유 등 예방 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최정규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투데이 기자 두 명이 찾아왔을 때 깜짝 놀랐는데, 1월 2일부터 날마다 게재되는 기사들을 보고 더 깜짝 놀라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최 변호사는 임금체불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다.
그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문제와 착취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노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며 관심과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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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끝). "가난한 나라서 왔다고 밥값 덜내나...최저임금 차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