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 0.81명으로 ‘인구절벽’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2030년까지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20만 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노동인력 또한 감소하게 되고,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각종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떨어진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한국은 생산 동력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민 확대를 대안으로 꼽았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늘려 노동력 부족을 상쇄한다는 계산이다. 체계적인 이민자 관리를 목표로 ‘이민청’ 신설도 꺼내 들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이민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정책 설계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 준비조직인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만들어 활동에 돌입했다. 올해 구체적인 안을 발표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새해 첫날부터 이민 확대 정책은 잰걸음을 뗐다. 법무부는 1일 반도체 분야 등 과학·기술 우수 인재에 대해 영주 및 귀화 패스트트랙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특성화 기관(KAIST·DGIST·GIST·UNIST·UST)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의 경우 영주권·국적 취득 절차를 3단계로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4~5단계에 6년 이상 소요되던 영주권·국적 취득이 3단계 3년 만에 가능해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과학·기술 우수 인재의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비롯해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우수 외국 인재들이 영주·귀화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우수 인재에 대한 포용 정책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반적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이민 관련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내국인 일자리 감소, 불법체류자 등 미등록 외국인 증가로 인한 범죄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특히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5년(53.95점,) 2018년(52.81점) 조사보다도 뒷걸음질 쳤다.
윤 대통령도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인구미래위원회로 재편될 예정인 가운데 윤 대통령도 참석이 유력하다.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의결에서 의사봉을 쥘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구미래위로 재편이 마무리되면, 이민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등 여러 정책 변화를 담아 상반기 내에 기본계획을 수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저출산위 공식회의가 열리면 윤 대통령이 위원장인 만큼 직접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부처나 정책 설계 이전에 이주노동자 등 생활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을 주거지로 삼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많을 뿐 아니라 일상적인 차별과 범죄에 노출된 국내 거주 외국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정책 방향은 국내 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정주 환경 조성과 인권 보호, 내·외국인 간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같은 사회통합 측면이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규 이민자 유치는 물론 이미 한국사회에 사는 많은 이민자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국가도 긍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 역시 이민자가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닌 의사결정의 주체라는 인식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