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된 이상기후?…따뜻한 겨울에 미국 석탄 가격 급락·유럽은 ‘에너지대란’ 피해

입력 2023-01-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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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부 애팔래치아 석탄 가격 지난주 45% 빠져
WTI 가격도 배럴당 74달러 선에서 안정
독일 “유럽 경제 붕괴 위험 비껴가”
에너지 무기 삼았던 러시아 계획 틀어져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해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에너지 공급 위기를 겪는 세계 각국은 단기적인 경제적 돌파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석탄 벤치마크인 북부 애팔래치아 석탄 가격은 6일로 끝난 지난주 톤당 115달러(약 14만 원)에 마감했다. 전주 대비 45% 급락한 수준이다. 석탄 가격은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주 단위로 게시하고 있다.

또 다른 벤치마크인 중부 애팔래치아 석탄과 일리노이 분지 석탄은 이 기간 각각 33%, 3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석탄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등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면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불거졌고, 이후 석탄과 석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간 탈 탄소를 외치던 주요국도 기후변화 대응을 뒤로한 채 다시 화석연료에 손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겨울 따뜻한 날씨에 연료 부족 우려가 완화하면서 수요가 줄었고 가격도 크게 내렸다. 미국 밖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주의 석탄 벤치마크 가격은 연초 이후 6.6% 하락했고 유럽 석탄 벤치마크 가격도 4.2% 하락했다.

로살린 베리 EIA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석탄 가격이 다시 오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시작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현재는 74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몽니로 에너지대란에 직면했던 유럽은 다소 여유가 생겼다. 주요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까지 떨어졌고 각국의 가스 매장량도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경우 1년 전 가스 저장 시설 재고 비율이 54%였지만, 현재는 91%까지 올랐다.

러시아가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 송유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밸브를 잠갔을 때만 해도 유럽에선 겨울철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인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올해를 넘어 내년 겨울도 견딜 수 있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지난주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유럽 경제의 붕괴 위험은 우리가 보듯이 비껴갔다”며 “우린 올겨울을 견딜 수 있고 에너지 가격은 내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중부 유럽은 지금까지 온화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만큼 추운 계절이 끝날 때까지 가스 저장소는 비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의 따뜻한 겨울에 러시아의 계획도 어긋날 가능성이 생겼다. 러시아는 에너지 고객을 붙잡기 위해 지난달 가스 결제대금을 루블이 아닌 다른 외화로도 받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련의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둔화하고 유럽 경제 전망을 안정시킨다”며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을 압박하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은 적어도 현재로선 흐지부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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