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에도 고용연장 못받을까 눈치보는 모습에 충격
"정부 불법 가건물 기숙사 대책 후에도 불법 사례 여전"
"농장주 90% 임대한 땅, 기숙사 짓기 어려워…정부 지원해야"
본지가 2일부터 13일까지 10회차에 걸쳐 이주노동자의 삶을 기획 보도하는 ‘이웃주민 노동자’ 취재차 만난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가들의 입에서는 김 목사가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의 동행을 돕는 국내 여러 조력자들 중 한 명인 김 목사를 경기도 포천에 있는 두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만났다.
5년 여간 비닐하우스 현장을 누빈 그는 포천 이주노동자들의 ‘안전망’, ‘지킴이’ 역할을 자처해왔다. 2018년부터 열악한 불법 컨테이너 기숙사를 누비고 월급을 못받거나 근무 중 다친 이주노동자들이 있으면 종횡무진 쫓아다녔다. ‘맨 땅에 헤딩하기’의 연속이었다. 그의 행보는 훗날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누온 속헹(Nuon Sokkheng) 씨의 죽음 이후 불법 기숙사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따라 10년 전 포천에 왔고 이 지역에 이주노동자가 워낙 많다 보니 눈에 밟혀 5년전부터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재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포천 산재지정병원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며 “산재보상보험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고 그들을 돕는 과정에서 벽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가 얼굴만 조금 찡그려도 이주노동자들이 그냥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자칫 밉보였다간 고용연장을 못받거나 재입국 취업을 하지 못할까 눈치를 보는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의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 2021년 2월 말 파주의 한 식품공장에서 인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20년 12월 속헹 씨가 사망한 1년 여가 지났지만 낡은 컨테이너에서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김 목사는 “당시 옆 공장에서 일한 직원에 따르면 그는 컨테이너 안에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치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으나 컨테이너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직원이 창문을 부쉈으나 쇠창살이 촘촘히 붙어있어 나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정부가 불법 시설 기숙사 사업장에는 이주노동자 고용을 불허하겠다는 대책을 낸 후 포천만해도 농장 사업주들이 빌라 등을 많이 얻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거칠게 말해 절반은 시행하고 절반은 안하고 있다”며 “최근엔 기숙사를 미제공한다고 신고한 후 (불법 기숙사에) 기거시키는 사례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주거시설 마련을 위해선 중앙·지방 정부의 사업자들에 대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 목사는 “경기도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농업을 하는 사업장들은 90% 이상이 땅을 임대해 경영한다”며 “임대한 땅이 농지이기 때문에 이 사업장의 고용주들은 농장에 기숙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조립식 주택을 설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장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농장 인근 아파트나 빌라, 원룸을 임대하는 것이지만 임대도 수량이 충분한 게 아니라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 적지 않은 고용주들로 하여금 편법이나 불법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