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빈집 또는 이동식 조립 주택의 개보수·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1개소당 1500만 원 내외이며 1개 농가당 최대 2개소까지 지원한다. 금액 기준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당시 이동식 조립주택(2인 기준)의 비용은 1300만 원 수준”이었다며 “이 외 고정 비용은 본인(사업주)이 투자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임차농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이동식 조립주택 구매 비용을 지원해준다 한들, 이 주택을 설치할 땅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며 “또 땅을 빌려 숙소까지 지으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2019년 기준 국내 임차농 비율은 47.2%다.
땅 외에도 조립식 이동 주택을 땅에 고정하는 비용, 상하수도, 전기설비 등 여러 부대 비용이 따른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 활동가들도 정부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월급의 일정 부분을 기숙사비 명목으로 받아가면서 일말의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기복 사단법인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최대 지원 금액인) 3000만 원 가지고는 (숙소를 짓기) 턱도 없지만, (농장주들은) 월 20만~30만 원씩 근로자에게서 기숙사비로 가져간다”며 “농장주들이 의지만 있어도 (주거 환경 개선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농장주들이 이주노동자의 월급에서 기숙사비를 떼어가는 건 일반적이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실태조사(3850명) 결과 99%가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농장주가 기숙사비로 돈을 번다’는 말도 나온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사업주로 하여금 숙박비를 받는 판을 깔아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은 사업주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 신청서’에 ‘숙박 비용 근로자 부담 여부’ 항목을 작성해야 한다. 근로자가 숙박비를 부담할 경우 부담 금액이 매월 얼마인지 기재해 제출한다.
고 대표는 “미국은 숙식비, 이동 경비를 모두 농장주가 부담하게 돼 있는데 제조업보다 (농업이)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라며 “우리 농장주들은 ‘외국인 없이 일 못 한다’라고 말하는데, 그만큼 잘 대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