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가 새해에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올해 한미약품의 ‘롤베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에 성공한 가운데 내년에는 어떤 제약·바이오기업이 낭보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항암제, 보툴리눔 톡신, 바이오시밀러 등이 2023년 FDA 허가신청이나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환경에 접어들면서 K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팎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약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현재 파트너사 얀센이 이중 항체 치료제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레반트)과 렉라자를 병용 투여하는 비소세포폐암 1차 및 2차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내년에 주요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얀센은 지난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2025년까지 연매출 50억 달러(7조1300억 원)를 넘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아미반타맙과 렉라자 병용 요법을 언급, 렉라자에 대한 기대감과 글로벌 상업화 시점을 시사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렉라자 단독요법의 성공적인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렉라자는 이를 토대로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차 치료제 적응증 추가에 나선다.
글로벌 시장에 단독요법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얀센과 협의가 필요하다. 얀센은 약가를 고려해 선진국에서는 병용요법, 그 외의 국가에서는 단독요법을 미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얀센과 긴밀하게 논의해 미국과 유럽 허가 신청을 강력히 요청하겠다”라며 국내외 허가에 속도를 내겠단 뜻을 밝혔다.
GC녹십자의 면역 글로불린 제제 ‘IVIG-SN’는 잇따른 고배 끝에 FDA 허가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GC녹십자는 2015년 IVIG-SN 5%의 품목허가 신청을 냈지만, 두 차례 불발 끝에 IVIG-SN 10%의 미국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2월 FDA에 품목허가 신청 후 보완요청서한(CRL)을 받았으며,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은 현장 실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창 혈액제제 공장의 현장 실사 시점은 빠르면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절차가 순항하면 연내 FDA 허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81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에 달하며, 약가가 국내보다 4~5배 높아 진입만 하면 높은 수익성 실현이 가능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FDA와 현장 실사 시점을 논의 중”이라며 ”허가까지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유럽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를 출시한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최대 시장 미국 허가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10월 FDA에 품목허가 재신청을 내 내년 상반기 허가가 유력하다.
휴젤은 해를 넘기지 않고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영업·마케팅은 현지 법인 휴젤 아메리카가 맡는다. 3년 내 미국의 3대 톡신 브랜드로 부상하는 것이 목표다.
거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개화에 발맞춘 국내 기업들의 도전도 시작된다. 내년 9월 미국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얀센의 ‘스텔라라’에 대해 동아에스티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가운데 유일한 전통 제약사인 동아에스티는 ‘DMB-3115’의 임상 3상을 지난달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품목허가를 신청해 특허 만료 시점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허가받으면 다국적제약사 인타스가 현지 판매에 나선다.
셀트리온은 주력 제품 ‘램시마SC’의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신약 지위로 미국 허가를 받기 위해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최근 유효성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했다. 올해 중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