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상 적법한 통보인지로 판단”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한 이후 해당 주택을 매수한 새 집주인도 실거주가 목적이라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문제에 관해 하급심은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리며 혼란이 가중됐지만, 대법원이 “거절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판시하면서 정리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새 집주인 A 씨가 세입자 B 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B 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20년 10월 16일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했는데, 집이 A 씨에게 팔려 2주 뒤인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다. B 씨의 이 사건 아파트 임대차 기간은 2019년 4월 15일부터 2021년 4월 14일까지다.
A 씨는 갱신 거절이 가능한 기간(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인 같은 해 11월 실거주하겠다며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으나 B 씨 측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계약 갱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거절할 권리를 계속해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그간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피고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원고는 아파트 임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B 씨의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목적이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단서(제6조의 3 제1항 제8호)에서 ‘임대인’을 갱신 요구 당시의 임대인으로만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종전 임대인과는 별도로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것”이라며 “2020년 신설된 계약갱신 요구권‧거절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정당한지는 그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적법한 기간(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에 이뤄졌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