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늘어난다는데…캠코, 워크아웃기업까지 자금 지원한다

입력 2022-12-13 16:04 수정 2022-12-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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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전문가 "캠코, 무조건적 지원 아닌 '성장성 있는 기업' 선별 지원 필요"
금융위 "기업 선별 기준 등 담은 지원 프로그램…내년 상반기 중 예정"

경기 침체에 따라 내년 부실기업 수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확대 지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실 기업을 지원하다 자칫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의 중소기업 지원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캠코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자금대여ㆍ지급 보증의 범위에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부실징후 기업ㆍ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기업을 추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원 회생절차 진행기업과 회생절차 졸업기업 등 ‘회생 기업’에만 한정돼 있던 기존 자금대여ㆍ지급보증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 중소기업 지원책의 일환이다. 앞서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혀왔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경기 침체의 타격을 크게 받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한계 또는 취약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달 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고금리ㆍ고물가ㆍ고환율 등 ‘3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완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자금대여ㆍ지급 보증 범위 확대안이 부실 우려가 큰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성장성이 있지만 단기자금시장 경색 여파 등으로 일시적인 위기를 맞은 기업에 공적자금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한국은행)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한국은행)

내년에는 경기침체 심화에 따라 한계기업 등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 은행의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 원 증가한 1179조7000억 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부실화 위험은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이 가계보다 더 높다”며 “기업대출의 경우 만기가 짧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상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캠코, 기업 지원 시 '옥석 가리기'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기업을 지원할 때는 기초체력이 탄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리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캠코가 (기업의) 옥석을 얼마나 잘 가려서 지원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며 “경기 불황 시기에 기업으로서 존재 가치를 잃은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좋은 기업에 효율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실 정도를 업종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제조업은 매출액에 따라 부실 여부를 알 수 있지만, 바이오 업계의 경우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단기 매출로는 부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업종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할 때) 업종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캠코가 ‘배드뱅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캠코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채권을 인수해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기구로, 기업의 금융활동 정상화 재개를 지원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아예 없는 기업을 골라 선별 지원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그렇다고 지원을 아예 안 해서 부실화하는 기업이 늘면 경기침체기 구조조정이 늘어나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는 게 캠코의 본래 역할이기 때문에 (지원 범위 확대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캠코가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잘 가려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개정안, 중소기업 지원 범위 확대 근거 만드는 작업…업종별 지원 계획은 아직 없어"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의결된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 지원 범위를 넓히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자금 지원으로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 선별 기준 등을 담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내년 상반기 중에 설계돼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별로 기업의 부실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예컨대 건설업종에서 부실 기업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든지, 지원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특정 업종의 부실을 짚어서 지원하는 안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 개시될 프로그램은) 재무 상황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빠른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한계기업들을 모두 다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한계기업 중에서도 자금 지원이 있으면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들을 캠코가 가려내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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