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만으로 20대야”, “외국에선 나 아직 30대야”.
연초만 되면 등장하던 그 외침. 몇 달이 지나면 차츰 그 힘을 잃어갔던 ‘만 나이’가 이제는 공식이 됐습니다.
제각각이었던 일명 ‘K-나이’. 8일 우리의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를 통일시키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됐는데요.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시행됩니다.
이제 한국인 모두가 1~2살 어려지게 됐는데요. 조금씩 젊어진 나이, 무엇이 달라질지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선 3가지의 나이 계산법을 사용합니다.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입니다. 한국식 나이로 불리는 ‘세는 나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해 오다가, 지금은 한국에만 남아있는데요. 북한도 1980년대 이후부터 ‘만 나이’를 쓰고 있죠. 태어난 순간부터 1살이 부여되고, 해가 지나면 1살이 더 추가되는 계산법이죠. 극단적으로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에 출생한 아이는 태어난 지 1분 만에 2살이 됩니다.
바뀐 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부터는 태어난 해에는 0살이 되고, 이후에는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따지게 됩니다. 돌 이전에는 개월 수로 나이를 표현하게 되죠.
‘세는 나이’로 인한 법적 문제도 있습니다. 한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인 ‘56세’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됐는데요. 회사 측은 만 55세, 노조 측은 만 56세로 본 겁니다. 법원 판단도 엇갈렸죠.
한국 정부 역시 1962년부터 ‘만 나이’를 법률적으로 공식화하고, 민법상이나 공문서에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세는 나이’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시기 백신 접종 연령에 대한 혼란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백신을 30세부터 맞을 수 있는데, 이 30세의 기준이 만 나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었죠.
약 복용법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기약을 먹을 때 12세 미만의 적정 용량이 20㎖라면 이 12세 미만이 만 나이인지 세는 나이인지가 분명히 나뉘지 않았는데요. 이런 접종과 약 복용과 관련된 혼선은 ‘만 나이’ 통일로 정리될 전망입니다.
‘만 나이’ 통일로 학생들 사이에선 호칭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같은 해에 함께 입학한 친구들이 형과 동생으로 나뉘게 될 수도 있죠. 나이와 서열을 따지는 우리 사회 일부 분위기 때문에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현재 ‘연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입장입니다. 생일과 상관없이 새해 1월 1일부터 한 살을 더 먹는 ‘연 나이’ 계산법을 택하고 있는 개별법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이런 경우도 만 나이로 통일시킬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단 입장입니다.
현재는 1월 1일 그해 19세가 되면 술과 담배를 살 수 있고 남성의 경우 병역 판정을 받는데, ‘만 나이’가 도입되면 생일이 지나야 대상이 되죠.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 통념상 성인으로 간주 되는 이들을 ‘만 나이’로 제한하게 되면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우리 일상에서 공식적으론 이미 ‘만 나이’가 정착돼 있습니다. 1969년생 이후부터 만 65세부터 개시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도, 만 18세 이상부터 주어지는 투표권도 그대로죠.
통일된 나이 적용은 바람직하지만 이미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관습을 바꾸려면 제정 이후에도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익숙해진 ‘세는 나이’를 벗고 ‘만 나이’로의 정착이 쉽지는 않겠지만, ‘뜻밖의 젊음’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