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기업 발목 잡은 국회

입력 2022-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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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산업부장

“반도체를 육성하려면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과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책상머리 교육이 아닌, 현장 맞춤형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최근 만난 대기업 반도체 관련 고위 인사의 얘기다. 그는 “정부의 법인세 인하와 반도체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지원, 반도체 인재 육성 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위 인사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밀린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며 “반도체산업 육성은 ‘경제 성장’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다면 세계 각국은 반도체 공급망 부족 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 방어에 공동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대만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는 것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TSMC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하루아침에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 쉰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반도체 주요 국가들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야 정쟁과 삼성전자 특혜법(?) 논란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을 맡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안’(K칩스법)은 현재 국회에서 4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K칩스법은 반도체산업 특화단지를 신속히 지정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K칩스법 처리를 두고 일부 야당 의원은 삼성 특혜법이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고자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인텔로 하여금 다시 세계 1위 반도체 왕좌를 되찾게 하려고 막대한 자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정부도 토요타와 소니, 키옥시아, 덴소, NEC, 소프트뱅크, 미쓰비시IFJ은행 등 주요 대기업 8개사가 공동으로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는 데 700억 엔(약 6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에 지원하는 것이 과연 특혜인가.

미국과 일본의 1980년대 ‘반도체 전쟁’ 당시 굴복한 일본 반도체산업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단순히 재벌 기업으로 인식해 지원을 주저하다가는 우리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게 된다. 자국중심주의의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기업의 사활을 넘어 국가의 경제 존망이 달린 싸움터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불황이 닥치면서 한국 반도체 수출이 8월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다가 지난달에는 약 30%까지 감소했다. 내년 반도체 불황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올해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속히 ‘K칩스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여야 정쟁을 멈추고 올해 안에 ‘K칩스법’ 통과와 반도체 육성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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