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크라이나 전체 밀 수확량의 22% 달하는 규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현지 농부들이 재배한 밀을 대거 수확해갔다고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식량안보·농업 프로그램인 나사 하베스트의 위성 이미지를 질감과 색상 변화 등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약 600만 톤에 달하는 밀을 수확해간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억 달러(약 1조3020억 원)어치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재배된 밀이 총 2660만 톤인 것으로 추산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확량의 22%가 넘는 물량을 러시아가 쓸어간 셈이다. NASA의 이번 추정치는 밀에만 한정된 것으로 현재까지 저장고에 보관된 다른 작물이나 식품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NASA 하베스트 분석에 따르면 최전선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밀의 88%가 수확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밀의 약 4분의 1은 러시아가 합병했다고 주장하는 4개 지역(도네츠크, 루간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에서 재배되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선박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수확한 것으로 추정되는 곡물들을 원산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리비아와 이란 등으로 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절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점령지 항구에서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주요 상품 거래 허브인 스위스 당국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약탈 원자재의 상업화가 전쟁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주요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항구가 봉쇄되면서 글로벌 밀 가격이 치솟았고, 잠재적으로 밀 수출 수익성은 더 높아지게 됐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글로벌 밀 가격 상승세가 가까스로 멈추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