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글로벌 완성차 ‘러시아 대탈출’…빈 자리 누가 채웠나?

입력 2022-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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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車생산 연쇄 중단
식음료ㆍ가구ㆍ프랜차이즈 등 철수 수순
현대차 현지생산 중단하고 수출도 멈춰
중국 車브랜드 잇따라 러시아 진출 선언
중고차 수출도↑…최종 목적지는 러시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서방의 경제 제재는 그 범위와 수위를 확대하고 나섰다. 전쟁 발발 초기,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은 속속 현지 시장에서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으나 더 큰 시장을 겨냥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동참한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현대차와 기아도 러시아 철수도 고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사실상 철수한 러시아 현지 시장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장악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현지에서 하나둘 철수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고용을 유지한 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은 현대차의 현지 주력모델인 엑센트(현지명 쏠라리스). 사진제공 현대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현지에서 하나둘 철수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고용을 유지한 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은 현대차의 현지 주력모델인 엑센트(현지명 쏠라리스). 사진제공 현대차

◇다국적 기업의 '러시아 엑소더스(대탈출)'

전쟁 발발 초기 미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들이 속속 문을 닫았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매장의 문을 닫았고, 이케아도 철수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다국적 기업 100곳 이상이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 잠정 중단 혹은 철수를 선언했다. 불이 꺼지고, 비어있는 매장이 빠르게 늘어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튀르키예와 중동 업체들이 문 닫은 외국기업을 인수하고 나섰다.

예컨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매장은 비슷한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매장 분위기 역시 이전과 유사하게 꾸몄다.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진출한 한국 기업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 등이 파악한 러시아 진출 한국기업은 151곳이다. 직접투자규모로 보면 제조업이 60%에 육박한다. 자동차와 전자, 의약품, 식료품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전쟁 직후 "부품 조달 차질" 등을 이유로 현지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현재 고용은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생산과 수출이 중단됐지만 이른바 ‘고정비’ 명목의 지출은 지속 중인 셈이다. 사업 철수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매체에서 최근 현대차와 LG전자의 철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재 품목이 아닌 경우는 사업에 별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는 우리 기업도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라면을 판매해온 팔도는 러시아에서 철수한 스페인 식품기업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라면 이외의 다른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어느 정도였나

한국과 유사하다. 150만 대 안팎의 승용차가 팔리고 상용 트럭과 버스를 포함하면 180만 대 수준이다.

한국 인구가 약 5200만 명인 반면, 러시아 인구는 1억4500만 명 수준이다. 지금이야 한국 내수 차 시장과 규모가 비슷하지만, 여전히 높은 시장 잠재력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러시아 승용차 판매 대수는 159만9000여 대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 신차 부족 등이 판매량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구매 보조금 영향으로 지난해 판매 수치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통계의 기준과 근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수치도 제각각이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도 많지 않은 상태다.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구조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전체의 85% 수준을 자국 생산분이지만 러시아는 수입차 또는 해외 브랜드가 약 75%에 달한다.

2020년의 경우,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약 6배 많았다. 특히 승용차의 경우 '라다'와 같은 러시아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소비자들은 수입차 또는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런 노른자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잇따라 철수했거나 판매를 중단했다.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GM, 프랑스 르노, 스웨덴 볼보, 일본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이 러시아에서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일부 업체들은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현지 수출은 물론 공장까지 멈춰 세웠다. 특히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2공장 양산을 목전에 둔 상태여서 안타까움이 컸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빈자리, 누가 메웠나?

중국이 빠르게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로이터와 타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의 △오모다(Omoda) △제투르(Jetour) △보이야(Voyah) 등이 러시아에 진출했다. 이름도 생경한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다. FAW의 고급차 브랜드인 △홍치(Hongqi) 정도가 낯익은 브랜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중국의 △탱크(tank) 브랜드도 러시아 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EPA 통신은 “브랜드 이름이 주는 거부감을 이유로 브랜드명이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보도했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은 10.6%로 처음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이 5.5%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성장이다.

이밖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러시아향(向) 중고차 수출도 크게 증가하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일부 현지 딜러는 남아있는 재고를 ‘스페셜 에디션’으로 바꿔 마른 수건까지 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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