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에서 선방하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확실한 중국 소비 회복과 점유율 반등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견해를 보인다.
14일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6.36% 오른 65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6.24% 상승에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였다. 65만 원 돌파는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LG생활건강은 광군제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48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후, 숨, 오휘, CNP, 빌리프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3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다. 중국 현지 화장품 매출이 30% 이상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장중 5.76%까지 올랐다가 하락 전환해 전 거래일 대비 0.41% 내린 12만1000원에 마감했다. 11일에는 8.97%나 주가가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광군제 매출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중국내 인기 브랜드인 설화수를 중심으로 선방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화장품주들의 광군세 실적 선방에 시장에선 주가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침체한 중국 매출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 회복과 점유율 반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분기 면세와 중국 실적 모두 락다운 정점이었던 2분기 대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11월 광군제를 앞두고 선매입이 나타났어야 하나 회복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화장품 업계의 뚜렷한 실적 반전이 없었던 만큼 4분기 실적은 현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선 광군제 기간 중국 매출 성과에 따라 4분기 실적 방향성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낮추며,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한 달 새 평균 목표주가가 기존 83만2308원에서 69만5714원으로 16.41% 하향조정됐고, 아모레퍼시픽은 15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6.45% 낮춰졌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및 소비 부진 영향에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맞물리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이익 레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연구원은 “개별 브랜드단 시장 대응력이 견고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