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가상자산수탁 법인 ‘디지털 엑스’, 연내 출범 안 해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가상자산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연초만 해도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비트코인·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을 수탁(커스터디)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자, 회사는 관련 추진 사업을 멈추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가상자산사업을 전담할 법인(디지털 엑스)을 올해 설립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디지털 엑스를 올해 3월 말까지 세우기로 했으나 올 연말로 한 차례 계획을 연기했는데, 이것이 또 다시 미뤄진 것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관계자는 “(제반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연말까지 디지털 엑스 출범은) 힘들다”라며 “가상자산사업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선 지난 1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증권 혁신추진단 안의 태스크포스(TF)에서 가상자산사업을 집중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보관해주는 수탁 사업에 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투자 목적 등으로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기업이 늘었지만, 도난 등의 위험이 있다는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니티’, 미국 블록체인 기업 ‘하모니’가 각각 6억2500만 달러, 1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해킹당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눈독을 들일 만큼 가상자산사업은 금융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혔지만,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고 거래량도 줄면서 사업의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어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말보다 58% 감소한 23조 원이다. 6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또한, 하루 평균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53% 줄어든 5조3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또 그룹의 핵심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디지털 엑스의 출범이 미뤄진 원인 중 하나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지배순이익은 1544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12% 하회할 전망”이라며 “기업금융 수수료는 67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목표 주가를 1만 원에서 8500원으로 낮췄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전반적으로 현재 크립토 시장이 경직돼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장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올 초 기업들이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던 이유는 규제가 많이 바뀔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제론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이 뭔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 수탁의) 사업적 성공(여부)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안전하게 보관해준다는 건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도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