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올해 2분기 기준 15~64세 고용률이 68.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지속한다면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2일 한국노동경제학회 소속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성장 없는 고용 관련 전문가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81.6%가 성장 없는 고용을 우려해야 할 현상이라고 응답했다.
전문가 10명 중 6명(63.1%)은 지금처럼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비대면·플랫폼 등의 새로운 일자리 등장(28.6%) △재정 투입 결과로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28.6%)를 꼽았다. 이어 △고용의 경기후행성으로 인한 최근 경기침체 영향 미반영(18.6%)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입국 감소(10.0%)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일자리 미스매치(8.6%)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경련은 “경제성장 둔화, 산업구조의 변화 속 채용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수요 확대로 플랫폼·디지털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고용상황이 호조를 띠는 것”이라며 “고령인구 증가, 노인 빈곤 대응을 위해 재정지원 노인 일자리가 확대된 상황도 고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10명 중 7명(73%)은 성장 없는 고용이 계속된다면 우려되는 영향으로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 등 고용의 질 악화’를 꼽았다. 또 ‘정규직·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한 비중도 75.7%였다.
전경련은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지속 창출된다는 것은 저임금·저숙련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뜻이고,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대기업,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 간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10명 중 7명(70.3%)은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흐름 속에 인력난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도 43.3%였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과제로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육성 지원(29.6%)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노동·산업 분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 유도(28.2%) △근로시간 유연화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한 생산성 개선(26.8%) 등이 나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궁극적으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신산업 육성, 노동·산업 분야 규제 개혁 등으로 고용 여건을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