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반도체특위 위원장 “지자체 특화단지 조성 노력 긍정적”
특화단지 조성 단계 지원하는 K칩스법 8월 발의된 이후 소위 심사도 못해
지자체들이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가 지원 예산액만 340조 원으로 추정되는 사업에 달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국회는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 심사에 뒷짐을 진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화단지 조성 단계부터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채 유치 경쟁만 이뤄지면 ‘변죽 울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도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를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1만 명 양성 △원주에 가칭 한국 반도체 교육원 설립 △반도체 특성화 대학 및 권역별 반도체 공동 연구소 유치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이투데이에 “기본적으로 강원도는 의료, 모바일, 자동차에 강세가 있는 지역”이라며 “반도체 품목을 특정하지 않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도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에 참전했다. 경상북도는 지난달 21일 ‘경북 반도체 혁신전략과 미래’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 국제포럼을 열었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미국가산단5단지 내 반도체 기업·연구소 유치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2만 명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희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이투데이에 “구미에는 기존 123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부터 SK실트론 같은 반도체 소재 앵커 기업, 작은 소재 부품 반도체 기업 등이 이미 있다”며 “이를 발전시켜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져 있지만, 이제부터는 자율형 주행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 등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해진다”며 “구미시는 ‘시스템 반도체 특화단지’로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도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민선 8시 첫 상생협력 1호 사업으로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 육성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광주 북구와 광산구, 전남 장성군에 걸쳐 조성된 첨단 3지구 산업용지를 반도체 특화단지 후보지로 정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유치에 나선 분야도 ‘시스템 반도체’다. 광주의 인공지능(AI)와 자동차, 전남의 에너지 등의 주력 산업과 연계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은 “지자체들이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특위 차원에서도 그 지역에 특화된 반도체 산업이 어떤 것이 좋을까 조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는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8월 4일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가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담당 소위로 넘기는 데 합의했지만 심사는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조성 단계부터 지원해 신속한 특화단지 조성·지정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범위를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 △인허가 신속 처리기간을 30일에서 15일로 단축 등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지원책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이 특화단지 유치의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데, K칩스법이 통과가 안 되면 이미 시행된 법에 따라 특화단지 지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국감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 반도체 특위 위원인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반도체 인력 양성이나 단지 조성에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국회에서 전혀 통과시킬 생각이 없어 보여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법안 통과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기간과 액수를 대폭 키운 데에 대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대한민국 전략산업 반도체 기업 간담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통과에 대해 “가장 핵심은 규제 개혁인데 주로 재정 지원이나 세금 문제로 가게 되니까 지연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나 어려운 기업들, 또 성장 기업들 감세는 바람직한데 다른 방향으로 그러니까 이게 어려워지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