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 수백조 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주가가 하락하자 시장 참여자들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쓸어담고, 공매도를 늘리며 지수하락에 베팅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코스피지수가 316.56포인트 빠질 때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시총은 308조 원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1포인트 빠질 때마다 시총 1조 원씩 날아간 셈이다.
9월 코스피 지수는 2155.49에 마감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등락률로 계산하면 -12.81%다. 9월 초 24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2300선과 2200선을 차례로 내주고 2100포인트대로 고꾸라졌다. 코스닥 지수도 16.65%(134.39포인트) 하락한 672.65로 마감했다. 코스닥 700선이 무너진 건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시총은 9월 말 기준 2007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2315조 원) 대비 308조 원 줄어든 규모다. 코스피 지수가 350포인트가량 빠졌던 올해 6월 시총 감소액(-350조 원) 이후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코스피 시총 규모는 작년 9월 2000조 원을 웃돌다가 올 6월부터 1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총도 400조 원대에서 300조 원대로 내려왔다. 현재의 증시 하락세가 계속되면 양대 시장을 합한 시총이 2000조 원을 밑돌 수 있다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했다. 9월 ETF 거래량 기준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코스피·코스닥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었다. 거래량 1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거래대금은 13조5860억 원에 달했으며, 9월 수익률은 28.57%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일별 수익률 대비 -2배를 추종한다.
거래량 2위와 3위도 각각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KODEX 인버스로 인버스’로 지수 하락을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와 ‘TIGER 인버스’도 거래량 상위 8위, 10위에 각각 올랐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상승을 추종하는 ETF 4개도 거래량 상위 톱10에 포함됐다. KODEX 레버리지(4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5위), KODEX 코스닥150(6위), KODEX 200(7위)이 차례로 순위권에 올랐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 증시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ETF가 똑같이 나란히 포함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증시 방향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는 것을 방증한다. 9월 증시는 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아직 완전한 저점이 오지 않았다는 예상이 뒤섞이며 혼조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거래대금도 늘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9월 1일 6780억 원에서 20일 3730억 원으로 주춤했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28일 6150억 원까지 늘었다.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이달 1일 3450억 원에서 4790억 원으로 늘었고, 개인도 10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대한전선, HMM,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카카오뱅크, 삼성중공업 등 최근 주가하락이 짙고 신저가를 경신한 종목들이 이달 공매도 순위 상위권에 대거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