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기술수출 바람을 몰고 온 한미약품의 첫 번째 글로벌 신약 탄생이 임박했다. 여러 부침을 겪은 끝에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둔 한미약품이 업계에 다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오는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여부가 판가름난다.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이후 10년 만이다.
롤론티스는 상용화 단계에서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 미국 FDA에 생물의약품 시판허가(BLA)를 신청한 것은 2018년 12월로, 이듬해 3월 FDA로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완제의약품에 대한 데이터 보완을 요구받았다. 이에 스펙트럼은 FDA가 요구한 자료를 허가심사 종료 예정일까지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2019년 FDA에 다시 BLA를 신청했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원액 생산을 맡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실사가 미뤄졌다. FDA는 지난해 5월 드디어 실사에 나섰으나 8월 스펙트럼 측에 생산 관련 실사에서 보완사항이 있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올해 롤론티스의 BLA를 재신청했고, 4월부터 공식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6월 FDA는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실사를 진행했다.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실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품목허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최근 롤론티스의 미국 제품명을 ‘롤베돈’으로 확정하고 현지 판매를 담당할 영업·마케팅 인력을 충원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호중구감소증은 고형암이나 악성 림프종 환자가 세포독성화학요법을 투여한 후 혈액 내 호중구가 감소해 생기는 질병으로 미국 시장 규모만 3조 원대로 추산된다. 롤론티스가 시판되면 한미약품은 스펙트럼으로부터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다.
한미약품은 항암제 투여 후 24시간이 지나야 투여가 가능한 기존 제품과 달리 항암제 투약 직후나 수 시간 내에 롤론티스를 투여할 수 있도록 용법을 확장하는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롤론티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첫 번째 신약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리는 기술로, 약의 투여 횟수와 양을 줄여 환자의 삶의 질과 부작용 우려를 개선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 외에도 개발 중인 10여 개 파이프라인에 랩스커버리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롤론티스의 FDA 허가는 한미약품의 첫 번째 글로벌 신약이란 상징성뿐만 아니라 랩스커버리 기술의 성공적인 상용화도 의미한다. 랩스커버리를 둘러싼 의구심을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는 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롤론티스의 FDA 허가는 우리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신약의 첫 번째 상용화로, 랩스커버리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랩스커버리에 기반을 둔 다른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