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국민투표에서 이제 국민 토론으로...'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진통 계속

입력 2022-08-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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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둘러싼 진통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제안' 투표에서 뽑힌 상위 3개 안건을 정책에 반영한다던 방침은 어뷰징 등의 문제로 철회됐지만 찬반 논란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3월 도입됐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해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 대형마트에 매월 두 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게 한 제도다.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매월 2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은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규제에서 온라인배송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영업 제한을 받지 않는 반면 대형마트는 해당 규제로 온라인 영업에서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관련 법에서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법제처는 영업 제한시간 또는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사실상 같아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런 영업 규제에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제안 10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안건으로 올린 뒤 국민 투표에 들어갔다. 공정위가 온라인 배송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아예 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 투표에서 우수 제안으로 뽑힌 3개 안건을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7만 건이 훌쩍 넘는 동의를 얻으면서 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투표과정에 어뷰징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정책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국민투표에서 국민토론으로...들끓는 소상공인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문제는 전날 규제심판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격론이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찬반 의견을 주고 받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찬성에,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반대에 무게추를 기울여 논리를 펼쳤다. 국무조정실은 전날 회의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 의무휴업 규제 효과성, 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회의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찬성과 반대 모두 원하는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충분히 듣고 또 듣겠다"며 "규제혁신은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상생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윈윈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문제가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공론화를 충분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이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국민투표에서 이제 국민 토론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든 진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진행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 1000명 중 67.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는 각각 29%와 2.9% 수준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5명이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눈에 띈다. 소비자들 절반 이상이 '의무휴업일에 구매 수요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옮겨갔기 때문'(53.6%)이라고 답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대 편에 선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들끓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 취지를 인정했던 제도를 정부가 투표와 토론에 올리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규제가 풀릴 경우 대기업과 온라인 유통업체로 골목상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해 있다. 한상총련은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며 "새 정부는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기부가 내부적으로 상인연합회에 의뢰해 진행한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대부분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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