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학과 학부 정원을 늘리는 등 반도체 인력 양성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지방대가 지방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19일 이런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면서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한 뒤 한 달 여만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방안의 내용의 골자를 살펴보면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지방 대학 학부 정원을 2000명 이상 늘리기로 했다. 특히 그간 정원 규제를 받아온 수도권 대학에서만 1300명 이상 증원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도권 대학 위주로 정원 규제 특례를 주면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경북대 총장) 회장은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가 ‘지방대 육성’이라는 윤 정부 국정과제 기조와 충돌한다”며 “반도체 인재양성과 지방대 육성을 함께 달성하려면 균형 발전 대원칙을 세우고 그 안에서 고등교육 정책을 짜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그 원칙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대 총장도 “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기반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서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방대들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지방대 총장은 “지방에 첨단산업단지를 설립하거나 인근 대학 간의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지방대가 첨단분야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매몰돼 인재 양성을 위한 전체적인 구상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 회장은 “단순히 인재양성 문호만 열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책을 수립할 때 눈앞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그동안 추구해온 대학구조조정, 지역균형발전, 대학의 질 및 국제 경쟁력 제고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지방으로 유인할 대책 등 지방대 소멸을 막을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청사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