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짐바브웨도 파업 물결
물가 급등 이유로 임금인상 요구
호주, 베트남, 독일, 미국 최저임금 인상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철도해운노조(RMT)가 33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나섰다. 파업 참여 인원만 4만 명이 넘는다. 노조는 치솟은 물가를 반영해 임금 7%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승객 수 부족을 이유로 3%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면서 타협에 실패했다. 4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9%에 달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란은행(BOE)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1%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철도노조가 23일과 25일에도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다른 분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사, 의료 종사자, 환경 미화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 130만 명을 대변하는 영국 공공노조는 지난주 “파업 준비가 끝났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내각 회의에서 파업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국민을 향해 불편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물가 급등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는 다른 국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 직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없다며 7월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저가항공사 이지젯의 스페인 승무원들과 벨기에 브뤼셀 항공사 노조 역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물가상승률이 6.8%에 달한 캐나다에서는 최대 철도 운영사 직원 750명이 사측의 2.67% 임금인상안을 거부한 채 파업에 들어갔다.
짐바브웨 보건 종사자들도 치솟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시위에 나섰다. 짐바브웨는 물가상승률이 132%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기대 인플레이션 ‘디앵커링(De-anchoring, 단기적 가격 충격이 장기적 기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임금인상이 이어지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충격이 임금을 자극하고 또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솟는 물가에 맞춰 임금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호주와 베트남은 다음 달부터 법정 최저임금을 각각 5.2%, 6% 올린다. 독일도 10월부터 최저임금을 22%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 전체 주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주는 26개로 절반이 넘는다.
피서라이즈 교수는 “아직 임금과 인플레이션 소용돌이가 만연한 상태는 아니지만 임금인상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달하면 소용돌이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상황이 1970년대보다 더 안 좋다”고 우려했다. 당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만 10년이 걸렸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