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광고계에서도 블루칩 중의 블루칩으로 거듭나게 됐다. 제약업계도 손흥민 효과를 노리는 러브콜이 뜨거운데, 그 때문인지 2종의 '손흥민 파스'가 약국에서 팔리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붙이는 통증 치료제 '트라스트 패취'에 대해 토트넘 홋스퍼 FC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리뉴얼 에디션을 발매했다. 리뉴얼 패키지에는 트라스트 고유의 노란 바탕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해리 케인, 호이비에르, 탕강가 선수의 모습과 토트넘 홋스퍼 공식 엠블럼이 삽입됐다.
트라스트는 1996년 출시된 패취형 무릎관절염 치료제로, 주성분은 소염·진통 효과가 있는 피록시캄이다. SK케미칼이 독자 개발한 경피약물 전달체계(TDDS)가 적용돼 최대 48시간 약효가 지속된다.
SK케미칼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토트넘과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26년간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넓힌 트라스트의 타깃을 보다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회사는 지난 1월 토트넘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제품 리뉴얼과 생산 과정을 거치느라 발매는 5월에 이뤄졌다. 그사이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EPL 득점왕을 거머쥐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붙이는 소염진통제 시장에는 이미 '손흥민 파스'가 나와 있다. 유한양행이 2019년 1월 손흥민을 '안티푸라민' 모델로 발탁해 TV 광고를 선보였다. 이듬해에는 안티푸라민 제품 패키지 전면에 손흥민을 내세운 '손흥민 에디션'을 출시했다. 햇수로 4년째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만큼 손흥민을 안티푸라민의 얼굴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린 상태다.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을 대표하는 의약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1933년 만든 회사의 첫 번째 자체 개발 의약품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현재 안티푸라민 로션ㆍ연고ㆍ쿨에어파스ㆍ액티브 롤파스ㆍ코인 등 다양한 제형이 판매되고 있다. 안티푸라민 제품군은 지난해에만 24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손흥민과 모델 계약을 꾸준히 이어간다. SK케미칼은 내년 6월까지 트라스트 토트넘 패키지를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약국에는 앞으로 1년 이상 서로 다른 2종의 '손흥민 파스'가 진열될 예정이다.
유사한 제품에 동일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제약업계는 물론 어느 업종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유한양행은 손흥민, SK케미칼은 토트넘과 각각 계약했지만,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토트넘의 대표 선수는 손흥민이다. 안티푸라민과 트라스트 패키지 전면에 나란히 같은 얼굴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겹치기 모델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SK케미칼 관계자는 "트라스트는 토트넘 공식 엠블럼 사용이 가능하고, 손흥민 외에도 3명의 선수를 함께 쓴다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타사 제품과 무관하게 트라스트의 저변을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는 젊은 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토트넘과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