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은 참여정부 때부터 지속해서 추진되어왔다. 역대 정부의 재정분권 성과를 보면 참여정부는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이전재원 확대를 위해 지방양여금을 폐지하고 분권교부세와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을 도입하고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는 자치단체의 복지 지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확대했다. 이제 그간의 성과를 이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재정조정제도는 국세와 지방세라는 세원구조와 지역 간 재정 격차에서 발생하는 공공서비스 공급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재정을 재배분하는 제도이다. 쉽게 말해 중앙정부에서 교부세, 보조금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형편에 따라 재정부족액을 충당해 주는 것이다. 이때 교부세는 꼬리표가 없는 예산이라 지방정부로 이전되면 자주재원이 된다. 반면 보조금은 특정 사업만을 지원하여 교부세보다 중앙 중심적인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재정조정제도에서 가장 많은 재원이 보통교부세이다. 보통교부세의 전체 규모는 자치단체의 경우 내국세의 19.24%, 교육청은 내국세의 20.79%가 연동되어 편성된다. 기초단체들은 보통교부세가 재정의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청 보통교부금은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내국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보통교부세는 44.3조 원으로 전년보다 1.8조 원이 감소하였고, 이 중 31.2조 원이 기초단체에 교부되었다. 하지만 보통교부세 산정을 위한 기초수요 측정항목이 연도별 지방재정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세출 효율화, 세입 확충 등 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및 페널티 제도가 자치단체 규모, 환경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반면 보조금은 2021년 74.8조 원으로 전년보다 9.2조 원 증가했다. 자치단체 입장에서 국비보조금은 절반 정도의 자체 예산을 매칭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눈치는 눈치대로 보고, 부담은 부담대로 가중될 수 있어 큰 폭의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년간 매년 정부출연금 1조 원이 지원되며 8월 배분액이 확정된다. 벌써 기금 지원 대상인 인구감소 지역 89곳 기초단체들의 기금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덩달아 지역 국회의원들도 행정안전부에 압력 아닌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다. 먼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수립한 투자계획을 평가해 우수지역에 배분한다고 하지만 균형발전특별회계의 비공모 사업과 얼마나 다른 차별성과 창의성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인구감소지역이 기초단체의 40%에 달해 너무 많다. 여기에 해당 관심지역 18개를 합하면 전국 기초단체의 절반가량인 47%가 지원대상이 된다. 한정된 재원에 비해 대상지역이 너무 많으면 실질적인 지원이 안 될 수 있다. 아울러 주변 기초단체 간 적극적인 행정 협력으로 재원, 공간, 교통 등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초단체별 배분은 자칫 사업이 파편화되어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개편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수직·수평적인 재정분권 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 보통교부세는 기초수요 측정항목, 인센티브 및 페널티 항목 등 자치단체 현실에 맞는 산정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보조금은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초광역 단위, 광역 단위 중심으로 권한과 관리를 과감히 이양하여 재정분권의 취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균형발전 미흡이라는 1단계 재정분권의 한계 속에서 출발한 지역소멸대응기금이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진행되지 말아야 한다. 기초단체별 개별 단위사업 위주로는 지역 이주와 정착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자리, 주거, 의료, 교육, 생활 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이 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획기적인 재정분권 전략을 추진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