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는 주요국의 긴축 우려를 강하게 반영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경기 불안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를 뒤덮은 악재들이 여전한 만큼 빠른 반등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빠르고 강한 ‘자이언트 스텝’…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투자자들은 5월 FOMC를 주시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완벽하게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과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QT)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빅 스텝 전망에도 꺾이지 않는 물가 상승세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연준의 긴축은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달러화의 가치는 오르는 반면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지고, 다시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발 공급망 차질 등으로 달러 초강세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며 “경기 불안과 함께 물가 압력이 완화될 여지가 줄어들고 있어 달러 초강세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세계은행은 50여 년 만에 가장 큰 물가 충격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직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4%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3%를 넘어서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사이클이 확장될 때 단행되는 강력한 긴축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잡아낸다”며 “반면 경기가 둔화할 때 너무 강력한 긴축을 하면 시장은 버텨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당분간 반등 어려워”…관건은 외인 수급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코스피 전망치를 2550~280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노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부담이지만 동시에 이익 감소를 방어하고 있다”며 “이익 전망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상황에서 큰 폭의 조정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5월 코스피가 2570~2820포인트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부담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외국인의 수급 변화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국내 주식을 9조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한국 비중이 100%인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위한 조건은 환율 방향과 실적 전망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하면 단기 급등 성격도 강하다. 1200~1240원대에서 장기 횡보하면 환 손실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는 구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이 1분기 잇따른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대외 악재에도 선방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 전반적인 이익 모멘텀 개선을 이끌면 외국인 수급 개선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