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비빔면에 이어 짜장라면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한판 승부에 나섰다. 짜장라면 시장 절대 강자인 농심 짜파게티가 건재한 가운데 도전자들은 품질과 가격을 높인 프리미엄 군으로 틈새 시장에 도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강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수익률 방어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부드럽고 풍미가 가득한 ‘더(The)미식 유니자장면’을 출시했다. 더(The)미식은 하림의 가정가편식(HMR) 브랜드로 유니자장면은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출시한 장인라면의 후속 제품이다. 장인라면은 개당 2200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유명세를 치른바 있는데 이번에 출시하는 유니자장면은 4000원대로 장인라면보다 2배 가량 더 비싸다.
앞서 풀무원은 2월 트러플 로스팅으로 짜장 고유의 깊고 진한 맛을 구현한 ‘로스팅 짜장면’의 신제품 ‘로스팅 짜장면 트러플 오일’을 내놨다.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풀무원이 출시한 후 6개월만에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은 ‘로스팅 짜장면 파기름’, ‘로스팅 짜장면 고추기름’의 후속탄이다. 기존 제품이 1250원 내외의 가격인 데 비해 신제품은 개당 1500원 수준으로 250원(20%) 가량 더 비싸졌다.
‘짜짜로니’를 판매하고 있는 삼양식품도 지난해 신제품 ‘짜장이라구요’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야채, 고기 등을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 유럽 요리인 ‘라구’를 모티브로 한 프리미엄군 제품으로 1300원 대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등장했다. 지난달 오뚜기는 물을 버리지 않고 조리하는 ‘복작복작’ 조리법을 적용한 짜장라면 신제품 ‘짜슐랭’을 내놨다. 통상 물을 버리는 짜장라면과 달리 이 제품은 냄비에 물 2컵(400㎖)을 넣고 건더기 스프와 면을 5분간 끓인 뒤 분말스프와 유성스프를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500~600㎖의 물을 사용하는 기존 짜장라면 대비 물과 가스를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농심도 지난달 짜파게티의 이색 버전인 ‘신볶게티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신볶게티 큰사발’은 대표적인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지난해 출시한 ‘신라면볶음면’을 섞어먹는 제품으로 매콤함과 감칠맛이 극대화된 제품이다.
국내 짜장라면 시장 규모는 2018년 2000억원에서 2020년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라면 시장에서 짜장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가 채 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농심의 짜파게티와 짜왕, 진짜장 등 짜장라면 3대 천왕도 건재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라면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프리미엄 짜장라면을 내놓는 것은 최근 자장면 값 인상과 배달비가 높아지며 소비자 부담이 커진 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프리미엄 라면군이라는 틈새 시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서울 지역 자장면 평균 가격은 5846원으로 1년 전보다 9.3% 올랐다.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짜장라면은 기존 제품에 비하면 가격이 높지만, 음식점에서 파는 자장면보다는 저렴하다.
하림이 출시한 ‘더미식 유니짜장’은 현재 이마트에서 2인분에 8700원에 팔고 있다. 1인분으로 환산하면 시중 자장면에 비해 1500원 가량 싸다. ‘로스팅짜장 트러플오일’은 풀무원 온라인몰에서 4봉에 5980원, 개당 1495원으로 이마트에서 개당 856원꼴인 농심의 ‘올리브 짜파게티’보다 비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라면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것보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대를 새로 책정하는 게 부담이 적다”면서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라면도 가격보다는 얼마나 신선하고 건강한가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