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발 ‘식용유 파동’ 우려…외식업자 “미리 쟁여둬야죠”

입력 2022-04-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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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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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식용유 파동’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팜유 및 원료 물질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외식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라면과 스낵, 치킨 등 식용유를 주로 사용하는 식품ㆍ외식업체들은 이미 원재료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에서 추가로 오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외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5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과 경기도 420개 유통업체에서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2개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3개 품목 가격은 하락했다. 특히 가격 상승률 상위 5개 품목의 평균 가격 상승률은 13.8%이며, 주요 품목은 밀가루(15.2%), 사이다(14.7%), 콜라(13.7%), 쌈장(13.0%), 식용유(12.6%)였다.

지난 주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민의 필수품, 특히 식용유에 관한 회의를 주재한 결과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식용유 수출 금지 조치는 대체 관계인 해바라기유 가격 폭등에 기인한다.

해바라기유 수출 1, 2위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최근 전쟁으로 생산과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체 관계인 식용유 가격이 폭등했다. 인도네시아는 볶거나 튀긴 요리를 선호해 식용유가 필수재나 다름없는데 가격이 치솟자 수출 중단으로 국내 공급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위 국가다. 팜유는 식용유와 가공식품과 함깨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이 소식이 발표되자 팜유, 대두유, 유채씨유, 해바라기유 등 대체 식물성 유지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대두유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5%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팜유 수출 중단이 치킨이나 라면, 스낵 등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라면과 스낵 업체들이 주로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하지만, 대체재로 말레이시아 팜유를 비롯해 대두유나 카놀라유 등 수요가 높아지면, 전체 식용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으로 인상에 나섰지만 식용유 가격이 예상보다 더 크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5년 만에 '백설 올리브유' 500㎖ 가격을 9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15.8% 인상했고, 오뚜기의 '콩기름 100%' 900㎖는 1년 전 2980원에서 4050원으로 35% 급등했다. 식용유 사용이 많은 농심과 오뚜기, 삼양라면 등 주요 라면 업체도 지난해 연말부터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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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밀가루 가격이 치솟으며 스낵 업체 역시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달 새우깡과 양파링 등 스낵 22개 브랜드 가격도 평균 6% 올렸고, 해태제과는 내달 1일부터 구운감자와 웨하스, 롤리폴리, 허니버터칩, 후렌치파이 등 8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올리기로 했다.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를 1500원에서 1700원으로, 빈츠를 24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했다. 교촌치킨과 bhc에 이어 BBQ도 내달 2일부터 제품 가격을 품목당 20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식품업계는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수출 금지 조치에 따른 식용유 수급과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라면 원재료 중 밀가루와 팜유는 각각 2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밀가루와 팜유 가격 오름세에 최근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예상보다 원재료 값 인상이 더 크다”면서 “통상 3개월 분을 미리 구입해두고 있어 곧바로 타격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산을 쓰지만 인도네시아 수출 금지에 따라 전체 팜유 가격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팜유를 쓰지 않아 직접 관련은 없다”면서도 “최근 기름 값이 2배나 뛰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현재 교촌치킨은 카놀라유, bhc는 해바리기유, BBQ는 올리브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스낵업계 관계자도 “주로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하고 3~4개월 치를 미리 확보해둬 당장은 영향은 없지만 전 세계 식용유 물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기름을 주로 사용하는 돈가스점이나 꽈배기, 치킨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은 가격이 고정된 소매보다는 시세에 따라 도매상으로부터 식용유를 공급 받는다. 이 때문에 식용유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이들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식용유 한통에 5만5000원(18ℓ)인데 식자재마트에서는 이제 6만~7만 원을 각오해야 한다더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치킨값 3만 원이라는 어느 회장의 얘기가 진실이었네”, “식용유 파동 온다고 뉴스에서 엄청 때리는데 쟁여둬야겠죠” 등의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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