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종청사에 세워진 '톤백 산성'을 아시나요

입력 2022-02-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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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최근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주변에 100m에 달하는 '톤백 산성'이 세워졌다. 톤백은 벼를 담는 주머니로 약 800㎏이 담긴다. 이들 톤백은 2층으로 가지런히 쌓였다. 눈·비를 막기 위해 검은 천을 뒤집어쓴 모습이 영락 없는 거대 담벼락을 연상시킨다.

톤백을 세종청사에 가져다 놓은 곳은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와 전국쌀생산자협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개 농업인단체다.

이들은 이달 14일 톤백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과잉 생산된 쌀을 격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떨어지는 쌀값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농업인 단체는 "농가보유 물량을 우선 수매한다고 농업인들의 기대치를 올려놓고 입찰예정가격은 낮추며 쌀값이 더 떨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1600톤으로 기후가 나빠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전년 350만7000톤보다 약 37만 톤 이상이 늘었다. 쌀 추정 수요량은 361만 톤으로 초과분은 약 27만 톤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초과 생산분에 대해 시장격리에 나섰다. 우선 20만 톤이 대상이 됐다. 문제는 이 쌀을 정부가 사들이면서 '역경매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최저가격을 정하지 않고 일정 가격(정부 예정가격) 아래로 써낸 사람을 대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물량을 사들였고, 이 때문에 시장원리대로 최저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일률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나 불만이 생길 수 있고, 시장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쌀값도 시장격리 방침 발표 이후 떨어졌다.

정부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쌀 시장격리를 결정한 시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2020년은 유례 없는 흉년이었고, 지난해 재배면적도 늘어나면서 쌀 생산량이 늘어날 것은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쌀 격리는 지난해 수확기가 넘어 해가 바뀐 이달에서야 이뤄졌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소극적인 대처와 소통이 지금 농민들과 사이에 더 큰 장벽을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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