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14조 원 규모의 원포인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한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는 나랏빚에 부담이 가중될 예정이다. 대부분의 추경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이 증액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 재원은 지난해 예상보다 더 걷힌 10조 원의 초과세수분을 활용한다. 다만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가 승인되는 4월 이후에나 쓸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대부분의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14조 원 규모의 이번 추경은 11조3000억 원의 국채 발행과 2조7000억 원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자금으로 마련한다.
다만, 이로 인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는 68조1000억 원으로 본예산 대비 14조 원이 확대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 1064조4000억원으로 올해 1000조 원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국가채무 또한 1075조7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적자국채로 발행되는 11조3000억 원이 그대로 채무에 더해져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본예산 대비 50%에서 50.1%로 늘어난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과 추경 편성으로 인한 국채 발행량 증가 등으로 국채시장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18일 재정운용전략위원회에서 "이번에 추진하는 추경 재원을 조달할 때 국고채 추가 발행분은 국채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기별로 균등 배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년도 이월 재원을 우선 활용해 추경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경을 위해 발행한 적자국채도 4월 결산 이후에 당장 상환될지는 미지수다. 대선 이후에도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추경을 위해 발행한 적자국채의 상환 시기에 대한 질문에 "세계잉여금은 다음연도에 넘길 수도 있고 국채를 갚는 데 쓸 수도 있고 새로운 추경을 하는 데 쓸 수도 있어 여러 선택이 있으니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이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안이 공개된 이후로 정치권에서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9일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을 면담하고 32조∼35조원가량의 추경 편성 요구안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 대해 현행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지원금을 대폭 증액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꾸준히 추경 증액을 요구해왔다. 이 후보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 "하도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많아 25조∼30조 원을 실행하자고 했는데, 정부 추경안이 14조 원 정도로 너무 적다"며 "여야 간 증액에 합의하면 정부가 반대할 리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