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에도 꿈쩍 않던 애플이 제3자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IT업계는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구글이 제3자결제를 허용했음에도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애플이 지난 7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한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제3자 결제 서비스를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제3자 결제 이용 시에는 현행 대비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는 30% 수준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올린 수수료 수익은 우리 돈으로 12조~30조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앱 개발자에 지급한 금액이 600억 달러(약 72조 원)인 점을 바탕으로 역산한 결과로, 애플이 앱 마켓 수수료 정책을 변경하거나 종류를 늘리면서 추정 범위가 넓어졌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에도 버티던 애플이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애플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법률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대한민국의 유능한 앱 개발자들과 견고한 협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당사는 방통위 및 개발자 커뮤니티와 협력해 한국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8월 말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9월 14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방통위는 국내외 앱 마켓사업자들에게 법 준수를 위한 개선 방안과 세부 일정 등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은 현행 정책이 개정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해 왔다.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의 경우 외부에서 결제한 뒤 앱 내에서 이용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어 사실상 제3자 결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개정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애플에 이행계획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사실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응했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시행령도 연말 공개했다.
애플이 제3자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IT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앞선 사례로 미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앞서 구글이 제3자결제를 허용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사실상 ‘우회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구글은 한국에서 앱 개발사가 구글 인앱 결제와 외부결제(제3자결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앱 마켓 결제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3자결제를 적용한 앱 개발사가 구글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최대 26%로, 인앱 결제 수수료율이 30%인 것과 앱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유지하는 비용과 카드 수수료 등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제3자 결제를 허용할 경우 앱 개발사는 구글에 매출, 결제 데이터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지난번에도 (인앱결제 방지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며 “앱 마켓에 입점하는 스타트업 등 기업이 더욱 자유롭게 결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실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업계는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의 제3자결제 이행계획이 또 다른 통행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애플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업계의 우려 사항을 고려하여 이행방안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며 제3자 결제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 방법 △적용 시기 △적용 수수료율 등을 추가적으로 검토해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