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1500여 명 엔지니어가 보유한 역량에 확신이 들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최근 '솔리다임'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인텔 낸드 사업부의 기술력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인수가 70억 달러(한화 약 10조7000억 원)에 상응하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겠느냐는 시선에 대해서도 “비싸지 않다”라는 기존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이 사장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ㆍIT 전시회 CES 2022 기간 중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도약 전환점’이라 표현했다. D램과 낸드 경쟁력이 조화를 이루며 SK하이닉스가 균형 잡힌 메모리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는 게 이 사장 평가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 인수를 두고 중국 대련에 있는 팹에 관심이 쏠렸는데, 오히려 미국에 있는 엔지니어링 조직을 봐라’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 조직을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다. 지금 봐도 인수 가격에 대한 대답은 똑같다. 절대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도 "가격협상이 만만치 않았지만, 향후 이 회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에 비하면 충분히 적당한 가격 수준에서 샀다”며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이 모바일 위주라면, 인텔은 완전히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중심이다. 보통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인수하면 ‘1+1=2’ 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는 편인데, 이 인수 건은 2에 가까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반도체 공급사 역할에서 벗어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도 밝혔다. 세계 최대 ICT 시장이자 격전지인 미국에서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실행하고, 미주 사업조직과 연구ㆍ개발(R&D)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사장은 "미국에 근거지를 둔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현재 준비 중인 R&D센터 또한 글로벌리티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SK ICT 계열사와 AI 반도체 ‘사피온’ 합작법인을 세운 것과 관련해선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과거 같은 표준화된 체제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능화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하기 위해선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고, (합작법인이) 같이 협업하기에 괜찮은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운영 중인 8인치 파운드리의 ‘레거시 공정’의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봤다.
이 사장은 “예전 같았으면 ‘누가 최첨단 공정을 가장 먼저 쓰느냐’에 관심이 많았지만, 요새는 그런 모델이 깨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인터페이스는 ‘레거시 공정’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최첨단 공정의 생산능력(CAPA)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뒤따라가는 공정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