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에 ‘팻 핑거(Fat Finger)’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 NFT 거래소에서 팻 핑거로 인해 30만 달러(약 3억5000만 원)에 달하는 인기 작품이 10분의 1 가격인 3000달러(약 350만 원)에 팔린 것. 팻 핑거는 직역하면 ‘뚱뚱한 손가락’으로, 한 손가락으로 두 개의 키를 동시에 눌러 생기는 실수를 말한다.
이 작품은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 (BAYC)’의 NFT 컬렉션 중 하나다. BAYC는 각각 다른 특징과 시각적 특성을 지닌 원숭이를 묘사한 NFT 약 1만 개를 거래한다. 원숭이 그림만 다룬다는 게 독특하지만, BAYC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NFT 컬렉션 중 하나다. 지미 팰런, 스테판 커리, 포스트 말론 등이 여기 멤버다. BAYC에서 최저가가 52이더리움(약 21만 달러)인 걸 감안했을 때 ‘지루한 원숭이 #3547’ 구매한 사람은 사실상 횡재를 한 셈이다.
인기 작품인데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본 구매자는 즉시 낙찰을 받기 위해 3만4000달러를 추가로 냈고, 바로 24만8000달러에 매물로 내놨다. 현재 이 작품은 또 다른 NFT 거래소인 ‘오픈씨’에서 85이더리움(약 4억 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 maxnaut은 씨넷에 “집중력이 흐려졌나보다”며 “매일 수많은 작품을 등록하고 거래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우스를 클릭했을 때 오류를 발견했지만, 취소를 클릭하기 전에 바로 구매자가 3만4000달러를 넣는 바람에 25만 달러가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팻 핑거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하루 이틀 일어난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전통적인 금융시장에 존재해왔는데, 이제 NFT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14년 일본의 한 트레이더는 도요타 주식 57%를 거의 매수할 뻔했다. 그러나 시스템 상으로 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상화폐와 NFT는 사정이 다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를 취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매자의 양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2019년 미국 달러에 가치가 고정돼 있는 가상화폐 ‘테더’ 운영업체가 실수로 50억 달러 규모의 새 코인을 만들면서 자체 코인 공급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올 3월에는 블록파이는 각각 약 1달러씩 700달러의 ‘제미니달러’를 고객들에게 보낸다는 것이 실수로 수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내버린 일이 있었다. 또 지난달에는 한 회사가 10만 달러 상당의 거래에 대해 2400만 달러의 수수료를 잘못 지불하기도 했다.
NFT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어떤 사람이 ‘크립토펑크’ NFT를 1900만 달러에 팔려다가 실수로 1만9000달러에 올렸다. 8월에는 한 판매자가 팻 핑거로 인해 ‘지루한 유인원’ NFT를 실수로 2만6000달러에 등록했다. 원 소유자는 작품 구매자에게 5만 달러를 제안했지만, 구매자는 이를 거부하고, 당시 시세인 15만 달러에 팔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