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씨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요즘 장에도 마음이 한결 가볍다. 포트폴리오에 담아놨던 ‘메타버스 ETF(국내상장지수펀드)’가 고공행진하면서 다른 종목들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는 덕분이다. 회사에서 비대면 사내교육으로 메타버스를 처음 접한 그는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게 됐고, 지난주부터 메타버스 ETF에 투자해 수익률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삼성·미래에셋·KB·NH-Amundi자산운용)이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상장한 이들 종목은 한 달 남짓 기간에 4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도 4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는 전일 대비 3.77% 오른 1만4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목은 지난달 상장일 시가 1만155원에서 꾸준히 오르며 수익률 47.7%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다른 ETF와 달리 액티브 ETF로 운용역이 적극적으로 종목을 골라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펄어비스(8.67%), 하이브(8.42%), 카카오게임즈(8.39%), 위메이드(8.19%), 덱스터(6.87%) 등 25개 기업이 구성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 메타버스’도 전일 대비 5.13% 오른 1만4355원에 거래되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KB자산운용의 ‘KBSTAR iSelect 메타버스’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메타버스MZ’도 전일 대비 각각 3.47%, 1.72% 오르며 신고가 행진에 합류했다. 4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9.2%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일부터 이날까지 몰린 메타버스 ETF 4종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4051억6700만 원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는 2110억3800만 원이 몰리며 개인 순매수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 메타버스’(1752억6900만 원), KB자산운용의 ‘KBSTAR iSelect 메타버스’(132억9800만 원),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메타버스MZ’(55억170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메타버스 ETF는 코로나19 시대에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현실에 존재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구현된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5G, 데이터센터 등의 인프라사업, VR 기기와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산업, 인공지능(AI), 개발엔진 등의 소프트웨어·콘텐츠산업, 소비자가 활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산업 등에 투자된다.
메타버스 ETF는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눈으로 확인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LG와 LS그룹 등은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와 교육에 메타버스를 활용했고, 삼성 계열사들은 공모전 시상식, 광고·마케팅 등에 메타버스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시리즈를 출시하며 메타버스에서 사전 예약자와 만나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를 직접 경험한 MZ 세대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고, 젊은층의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ETF에도 관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많은 기업이 MZ세대 신입사원 연수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했으며, 이제는 상품의 세일즈 활동까지 거의 모든 사업에 메타버스를 연결할 수 있다는 확장성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메타버스 자체가 새로운 테마라기 보다는 하나의 트렌드 초기 산업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 기대해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최근 메타버스 관련 종목의 주가도 많이 오르며 성과가 좋아 개인투자자들이 밸류가 좋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ETF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연평균 26%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4760억 달러(약 56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빈 팀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며 “미국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 라고 바꾼 것만 보더라도 새로운 가상세계를 먼저 점령하려는 글로벌 메타버스 사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성장성이 무궁한 메타버스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