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진단키트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우려는 여러 번 제기됐다. 그러나 백신은 팬데믹의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잇따른 등장으로 국내외에서 4차 대유행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였던 K진단 장비업계에 또한번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자에게까지 돌파 감염되면서 지속적인 진단키트 수요를 낳고 있다.
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분자진단키트와 신속진단키트 수출실적은 4월 3700억 원(3억1832만 달러)으로 저점을 찍고 5월 이후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진단키트 수출액은 분자진단키트 1조 2600억 원(10억 8508만 달러), 신속진단키트 2 조8700억 원(24억 8021만 달러)씩 총 4조 1300억 원(35억 6529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K진단키트가 전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매출이 1000억 원 안팎에 불과하던 진단키트 기업은 단숨에 조 단위 실적을 올리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진단키트 사업은 수익성이 높아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익률이 빠르게 늘어나는 영업 차입투자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43.8%, 60.1%에 달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은 수많은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경쟁 심화로 단가가 낮아지면 이전만큼의 매출과 이익을 얻어내기 어렵다. 팬데믹 상황이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사업성이 악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급속한 성장으로 총알을 장전한 국내 진단 장비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집중된 현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올해 연 매출 3조 원 돌파가 기대되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진단 플랫폼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연구·개발(R&D) 기법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현장 전문 체외진단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씨젠은 ‘분자진단의 대중화’에 사활을 걸었다. 분자진단 기술력과 의료사업을 접목한 글로벌 의료사업 추진단을 최근 출범하고, 업계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