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대만 매체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고객사들에 반도체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16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은 20%, 그 외 공정은 15% 수준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시기는 대부분 내년 1분기부터이나, 일부 업체에는 당장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TSMC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반도체 가격을 10% 이상 올린 바 있다. 업계는 미국과 일본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둔 TSMC가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해 반도체 가격을 추가로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마이크로일렉트로닉(UMC)과 글로벌파운드리, SMIC도 반도체 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래 투자 기반 마련을 위한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년 파운드리에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수익성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산업계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비용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공급제약으로 중고차, 전자제품 가격상승이 촉박할 경우 공급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제품의 경우 스마트폰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범용 반도체들로 구성된 가전제품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세트업체들이 비용증가를 전부 소비자에게 떠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기존 물류비용과 원자잿값 상승에 반도체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완제품이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