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서비스 네트워크가 미흡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자동차 서비스 센터 1곳이 담당하는 평균 차량 대수가 3400대 수준인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보다 세 배 많은 1만 대를 수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14만7757대로 지난해 대비 15.2% 증가했다. KAIDA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다 판매 기록이다. 특히, 독일 수입차 3사(메르세데스-벤츠ㆍBMWㆍ아우디)는 처음으로 국내 완성차 3사(한국지엠ㆍ르노삼성ㆍ쌍용차)보다 더 많은 차를 팔았다. 독일 3사의 1~6월 판매량은 8만9076대로 국산차 3사(8만8625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독일 3사의 판매량은 국산 3사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서비스 네트워크와 만족도의 개선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국산 3사의 서비스 네트워크 수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국지엠 414개 △르노삼성 440개 △쌍용차 343개 등이지만, 독일 3사는 △메르세데스-벤츠 71개 △BMW 65개 △아우디 40개에 머물렀다.
국내에 등록된 제조사별 차량 대수와 서비스 네트워크 현황을 비교해 센터 1곳이 담당하는 차량을 계산해봐도 독일 3사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간한 자동차등록통계월보를 보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국내에는 총 72만965대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운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서비스 네트워크(71곳)를 고려하면 센터 1곳이 차량 1만154대를 담당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쌍용차 서비스 센터 1곳이 3400대를 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세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다른 수입차 업체도 센터 1곳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가 △BMW 7621대 △아우디 5002대 수준이었다. 단, 서비스 센터당 워크베이(작업대) 개수, 정비 인력, 전문 장비 보유 여부도 서비스 품질에 중요한 요소지만 이번 집계에선 고려하지 않았다.
높은 서비스 비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 원이다. 114만 원 수준인 국산차보다 2.5배 많은 수치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비는 3.8배, 공임은 2배, 도장비는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서비스 네트워크와 비싼 수리비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자동차 서비스센터 이용자 1268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종합 만족도는 국산차 서비스센터가 평균 3.60점,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평균 3.54점을 받았다. 종합 만족도는 서비스 품질, 서비스 상품, 서비스 호감도 3개 부문을 총체적으로 평가한 수치로, 국산차 서비스센터의 점수가 소폭 높았다.
세부 항목 가운데 ‘점검절차 및 비용의 적절성’ 항목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국산차 서비스센터는 3.52점을 받았지만, 수입차는 3.32점을 받았다. 수리를 받는 과정과 비용에 불만을 느낀 수입차 소비자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수입차 업계는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총 14개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새로 개소하거나 새로 단장해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사고로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때 거리에 상관없이 원하는 서비스 센터로 무상 견인해주는 ‘모빌로 사고지원’ 등 고객 만족을 높이려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는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대를 위해 EQ 전용 충전시설과 전기차 전문 기술 인력,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상주하는 EQ 전용 서비스센터를 전국 서비스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BMW와 아우디도 전문 기사가 고객의 차량을 가져가 점검한 뒤 원하는 장소로 인도해주는 '픽업 &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가 빠른 속도로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차별화한 서비스로 소비자 만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