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과몰입' 한 방구석 코난들…손정민 사건에 수사권까지 요구(?)

입력 2021-05-20 11:09 수정 2021-05-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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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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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진실 마냥 유포
참고인 신분 'A 씨' 범인으로 단정…신상 털이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 쏠린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의 과도한 관심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누리꾼은 故손정민(22)씨 사건에 '국민참여수사'까지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사건에 과몰입한 누리꾼들…"진실 밝혀라"

시작은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네이버 블로그에 실종된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4월 24일 밤 친구 연락을 받고 집 근처 한강 공원으로 술을 마시러 나간 의대생 아들이 나흘째 행방불명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시물은 온라인에서 순식 간에 확산했습니다. 하지만 정민씨는 실종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고 안타까움은 더 커졌습니다.

사실 해마다 수많은 실종·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강에서는 매년 100건의 변사체가 발견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정민씨 사건에 대중은 공감하고 관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론도 벌써 4주째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데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 경위와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의혹들이 대중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족에 대한 응원과 공감에서 시작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변질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상황에 다소 과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두고 '방구석 코난' 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들은 모든 피의자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함에도 친구 A를 가해자로 특정하고 각종 음모론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A씨와 A씨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에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일부 누리꾼들은 CCTV의 영상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자체 분석하며 '손정민이 뒤에서 주사기에 찔렸다' '남성들이 손씨를 들어 물에 빠트렸다' '목격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A씨와 관련해서는 실명과 SNS 주소가 온라인상에 떠도는 건 물론, 유튜브에는 "빼박 증거, "용의자가 체포되었습니다"라는 자극적인 썸네일로 A 씨를 범인으로 단정짓는 듯한 영상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참여수사 시행하라" 국민청원도 올라와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강사망 ***씨 수사에 국민참여수사를 시행하는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청원들의 게시자는 "재판제도에도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유죄·무죄 평결을 내리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국민참여재판이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처럼 ***씨 사망사건에 대해국민참여수사를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현재 경찰에서만 수사를 하고 이에대한 수사결과들이 국민들이 납득할수없는 결과만 나오고 있다"며 "cctv영상 등등 자료들을 경찰에서만 원본을 가지고 있고 국민들은 확인을 할수 없게끔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이 청원에는 벌써 1만3784명이 동의했습니다.

시민들의 강한 공감대가 과몰입 낳아…음모론ㆍ신상털기는 우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원인이 분명치 않은 일에 쉽게 관심을 두고 빨리 결과를 결정하고 싶은 본능이 있지만 오랫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분노를 느끼게 된다”며 “‘잘 키운 의대생 아들’과 ‘아들을 잃은 아버지’ 등 슬픔을 키우는 내용도 시민들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며 이번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곽 교수의 말대로 밝혀지지 않는 진실에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나 아직 경찰 수사는 진행 중입니다. '수사 비공개 원칙'으로 인해 수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편파 수사라는 의혹까지 제기했으나 실종 당시 경찰은 인근 CCTV 분석과 헬기·드론 등을 통한 수상 수색을 벌였다고 합니다. 사망 이후에는 강력팀 7개, 기동대, 한강순찰대 등을 동원해 목격자 16명과 당시 한강을 출입한 차량 154대, CCTV 조사, 휴대폰 수색 등을 병행했습니다.

사실 실종·사망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 사건과 관련한 제보를 활발하게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초기에는 그런 양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신성털기와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일부 누리꾼은 루머를 쫓으며 좌표찍기와 마녀사냥에 몰두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신상을 공개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만일 유포한 정보가 허위라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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