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의 숨은 주역 액셀러레이터 ⑦] 부울경 소부장 특화 ‘시리즈벤처스’

입력 2021-05-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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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수 세계 6위, 벤처투자 4.3조 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제2의 벤처붐 시대’가 열렸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한 데는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컸다. 창업기업을 직접 선발하고 보육, 투자해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 5년차를 맞았다. 2017년 53개사로 시작해 2020년 3분기 기준 290개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 1703개의 창업 초기 기업에 2253억 원을 투자해 영양을 공급했다. 제2의 카카오를 꿈꾸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 액셀러레이터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부울경 소부장 특화 ‘시리즈벤처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제조업에 강점이 있다. 중공업, 석유화학 같은 대기업 공단 지대들이 몰려있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제조업 스타트업은 지역에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시리즈벤처스는 2017년 5월 출범한 부울경 특화 액셀러레이터다. 지역 특성을 살려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첫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시드 1억 원을 투자한 자이언트케미칼은 1년여만에 멀티플 7배를 실현했다. 50억 원 규모 모태펀드도 결성하는 등 유의미한 실적을 쌓고 있다.

박준상 대표는 “스타트업의 CFO 역할을 대신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자금조달 걱정을 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라며 “우리가 발굴한 팀은 시드를 비롯해 라운드 투자(시리즈 A)에도 절반 이상 들어가는 등 후행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그만큼 업체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자들과 스킨십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표와 만나면 만날수록 투자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라며 “때로는 ‘고충 처리반’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표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밸류 포인트를 어떤 방향으로 잡고 어떻게 사업화할지에 대한 의논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부울경에 특화된 만큼 포트폴리오사 중에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가령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설계도를 3D로 구현할 수 있는 VR(AR) 안경을 제작하거나, 스마트 양식과 같이 해양수산에 강점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지역 특색을 살린 만큼 기초지방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경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ESG, 탄소 중립 등 외부적인 요소도 그렇고 벤처캐피털(VC)과 같은 투자업계도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분야”라며 “2017년부터 관련 기업들을 발굴하고 있는데, 애벌레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거나, 친환경 플라스틱 접착제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리즈벤처스는 올해 스타트업만 투자하는 1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시리즈 A 라운드를 오픈해 일부 지분을 책임지고 VC와 클럽딜 형태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아시아권, 특히 동남아에서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해 글로벌 투자 역량을 넓힐 계획이다.

한편 제도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가령 ‘3년 미만 창업기업에 투자’와 같은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그는 “금수저로 태어나 1년 차 때부터 모든 게 갖춰져 있는 곳이 있지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성과가 드러나는 곳이 있다”라며 “대표가 정말로 똑똑하거나 기획으로 탄생한 곳이 아닌 정상적인 속도라면 3년 이내로 두각을 드러내는 게 불가능하므로 연수가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잡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짚었다.

또 “모태펀드 출자는 액셀러레이터(AC)와 VC가 겹치는데 규모나 인력이 큰 VC가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라며 “투자 규모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초기 창업자를 얼마나 많이 만나고 지원해줄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도 추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의 지원 방향에 대해 박 대표는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워 지역 펀드를 만들고 있는데 금액이 커질수록 사실 스타트업 투자와 관계가 없어진다”라며 “지역의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도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기업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200억~300억 원 펀드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 중 일부를 떼서 창업기업에 시드 투자하는 게 생태계에 더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강동균 자이언트케미칼 대표

흡착 소재인 마그네슘 실리케이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식품에서는 흡착작용을 통한 PH를 조절과 이물질 제거로 식용유나 기름류 정제, 의료에서는 위산을 흡착해 구토 방지 등 제산제로, 휴대폰·2차전지에서는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흡착해 부풀어 오름과 폭발을 방지하는 데 쓰인다. 이외에도 환경, 화장품 등 여러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경남에 위치한 자이언트케미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실리케이트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유일 전문기업이다. 전 세계에서도 해당 기술을 보유한 곳은 손에 꼽힌다. 2015년 11월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2019년 2월 법인으로 전환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일본, 태국 등 여러 나라에 수출을 시작한다. 또 기업공개(IPO)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강동균 대표는 “현재는 마그네슘 실리케이트를 기반으로 흡착 소재를 개발하지만 알루미늄 실리, 실리케이트 등을 개발 중에 있있다”며 “분야를 세분화해 나갈 계획인데 실리케이트 같은 경우 타이어 시장만 해도 8조 원이 넘지만 국내에서 개발에 성공한 업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단위 매출에 50년 이상 된 글로벌 기업도 개발을 못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라며 “기술적으로 자신 있고, 특히 공업용 마그네슘 실리케이트는 글로벌 업체 납품에도 성공한 경험이 있어 나머지 분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라고 자신했다.

한편 제조업인만큼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다.

그는 “지난해 설비와 부지에 100억 원 이상 투자를 진행하고 6월부터 정상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막히면서 손실이 컸다”라며 “특히 우리는 국산화를 최초로 하다보니까 국내에 없는 설비를 해외에서 수입해야했는데, 계속 연기가 됐고 기술자들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원래는 지난해 매출 200억 원을 목표로 했는데 설비와 공장 가동이 연기되면서 결국 100억 원을 기록했다”라며 “그래도 지난해 아기 유니콘 선정, 그린 뉴딜 선정, 대통령 표창 수상 등을 달성했고, 발주량도 전년보다 400% 증가했다”고 전했다.

창업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조그만 개인사업자로 시작했지만 국내에 없는 기술인만큼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했다. 이때 시리즈벤처스의 도움이 컸다.

강 대표는 “투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 방향이나 계약서 검토와 같은 자문을 비롯해 여러 정부 지원사업을 연계해준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특히 초기에 수익을 유지하지 못할 때 정부 지원 자금으로 연구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멘트링 해줬다”고 짚었다.

정부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강 대표는 “화학 분야는 규제가 생각보다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하기 상당히 어렵다”라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등을 비롯해 협의체에 가입하는 데만 몇 억 이상 비용이 드는데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닌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단계별로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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